통합 검색어 입력폼

지적장애인 고용 편의점 "정확함 추구하는 성향, 도움 돼"

조회수 2019. 5. 20. 19: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5월 15일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 입구에 있는 GS25 늘봄스토어. 지난달부터 점원 훈련을 받고 있는 박지환 씨(27)는 직업훈련교사와 함께 도시락을 진열하고 있었습니다.


교사가 “도시락 앞을 보면 날짜가 써 있죠? 이건 15일까지고 이건 16일까지예요. 그럼 뭐가 앞으로 와야 하죠?”라고 말하자 박 씨는 잠시 고민하더니 15일이라고 적힌 도시락을 앞에 놓았습니다.

출처: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도시락 진열을 마친 뒤에는 컵라면 매대로 가서 빈 곳을 하나씩 채워 넣었습니다. 제품 진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줄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박 씨는 지적장애인입니다.


4월부터 박 씨는 상품 진열, 유통기한 점검, 매장 청소 등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는 계산대에서 상품 결제하는 과정 정도만 배우면 됩니다. 그는 조만간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서 입사 면접을 볼 예정입니다. 면접을 통과하면 GS25 직영점에 배정돼 일하게 됩니다. 

출처: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의 GS25 늘봄스토어에서 박지환 씨(오른쪽)가 강봉숙 센터 직업훈련교사(가운데)에게서 상품 결제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1월 말부터 약 두 달간 직무훈련을 한 뒤 지난달 정식 점원이 된 양창빈 씨(왼쪽)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 장애인은 서비스업에 적합하지 않다?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에 장애인은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은 여전합니다. 장애인 일자리가 주로 제조업에 편중된 이유입니다.


서초구와 GS리테일은 이런 인식을 바꾸고자 지난해 10월 협약을 맺고 장애인들에게 점원 교육을 실시한 뒤 심사를 거쳐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1월 장애인복지관인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 개점한 GS25편의점은 장애인 업무 실습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점원으로 일하는 양창빈 씨(20)는 1월부터 두 달간 이곳과 센터 지하에 있는 직업훈련장을 오가며 교육을 받았습니다. 양 씨는 청각 및 지적장애가 있고 뇌병변을 앓고 있습니다.


일할 때 뭐가 힘든지 묻자 양 씨는 “어려운 점은 없고 일이 재미있다”고 말했습니다. 양 씨를 비롯해 3명이 1월부터 교육을 받고 점원으로 채용돼 하루 평균 4시간씩 3교대 근무를 합니다. 다른 2명은 발달장애인입니다. 월 급여는 100만 원이 넘습니다.

편의점 점원으로 장애인을 고용한다는 이야기에 회사 내부에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사업을 기획한 이선규 GS리테일 인사기획팀 과장은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강박관념이 있는 걸로 보일 만큼 정확함을 추구하는 성향 등 일부 지적장애인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이 상품정돈과 청결유지 등 매장 관리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단, 돌발상황 대처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점원이 장애인이라는 걸 알면 함부로 대하는 손님이 종종 있습니다.


한우리정보문화센터의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센터 관계자들이라 언행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습관이 배어 있습니다. 그러나 박 씨를 시작으로 앞으로 고용되는 장애인 직원은 일반 편의점에서 일하게 됩니다. 이 과장은 “장애인의 능력을 키우는 것과 함께 시민의 배려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 “장애인 자립 기회 확대로 이어지길”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장애인은 서비스업에 종사하기 어렵다’는 편견 장벽을 깨뜨리게 됩니다. 유통업이 고용 유발 효과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애인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최근 청년실업률이 심각하다는 통계가 나왔는데 장애인들은 더욱 고통을 겪고 있다. 장애인의 최대 소망인 자립 기회를 늘려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면접을 꼭 통과해서 일하고 싶어요.” (박지환 씨)

“제가 일해서 번 돈으로 어머니에게 옷을 사주고 싶고, 언젠가는 연예인이 되고 싶어요.” (양창빈 씨)


두 청년은 오래도록 일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많은 청년이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 이 글은 동아일보 한우신 기자의 기사 <편의점 점원 된 장애청년들 “편견 벽 깨고 싶어요”>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