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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 벌려다 금융사기 가담한 청년 "찜찜하긴 했는데.."

조회수 2019. 5. 9. 18: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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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할부로 개통하고 기기를 넘기면 현금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학자금대출, 햇살론 같은 걸 합쳐서 3600만 원 정도 다 당겨 써서 돈 나올 구석이 없었어요. (대학생 A씨·22)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른바 '내구제 대출'에 손 댄 A씨. 그는 브로커에게 기기 다섯 대를 넘기고 700만 원을 받았지만 매달 날아오는 휴대전화 할부금과 요금고지서에 떨고 있습니다. 벌써 두 달이나 할부금과 요금을 연체한 그는 이러다 신용불량자가 될까 조마조마합니다.


군 제대 후 식당에서 일하던 B 씨(27)도 살얼음판 걷는 듯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가 매달 70만원 이자를 내느라 지친 B씨에게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자신을 ㅇㅇ저축은행 '대환대출' 담당자라고 소개한 상대방이 "저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단, 대출한도가 적으니 내가 소개해 주는 업체에 연락해서 통장거래내역을 만들라"며 권유하자 B씨는 솔깃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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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카톡대화는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B 씨는 그가 소개해준 ‘솔루션’이란 업체에 체크카드와 비밀번호 등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돈이 들어오기로 한 날, 해당 업체들은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경찰서에 달려간 B 씨는 계좌가 금융사기에 연루됐다며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좌절했습니다.

학자금 대출, 생활비, 월세... 자금난에 빠진 청년들이 불법대출이나 각종 금융사기에 노출돼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20, 30대 대출빙자형 사기 피해액은 544억 원으로 2017년(391억 원)보다 39.1% 늘었습니다. 고령층인 60대 이상(453억 원)보다 오히려 20, 30대의 피해액이 컸습니다.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20대 청년층 상당수는 급전이 필요할 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거쳐 결국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최근 대부업체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 영향으로 심사를 강화하는 등 문턱을 높이다 보니 불법 사금융 시장에 흘러 들어가는 청년도 적지 않습니다.

 ● 작업대출, 내구제 대출 


청년들이 가장 쉽게 빠져드는 불법 대출 형태로는 ‘작업 대출’과 ‘내구제 대출’이 꼽힙니다. ‘작업 대출’이란 신용등급, 소득 등을 조작해 대출을 받는 것입니다. 내구제 대출은 ‘내가 나를 구제한다’는 뜻도 있습니다. 이런 불법 대출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청년층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벼랑 끝까지 몰린 일부 청년은 스스로 금융사기에 가담하기도 합니다. C씨(25)는 자신의 계좌가 나쁜 일에 악용될 거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고서도 '알바'를 했다가 보이스피싱 사기방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계좌로 100만 원 입금할 테니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10장 산 다음 상품권 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하면 알바비 3만원을 준다면서요.

계좌번호를 알려주긴 했는데 솔직히 '나쁜 일에 쓰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은 있었어요. 그래도 쉽게 3만원을 벌 수 있다는 데 혹해서... (C씨)

● 금융 잘 모르는 ‘금알못’ 청년들…사기꾼의 먹잇감 돼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부족한 금융지식도 사기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조사한 우리나라 청년(18∼29세)들의 금융 이해력 점수는 61.8점이었습니다. 이는 60대 이상인 고령층(59.6점) 다음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점수는 64.9점입니다.


금감원이 지난해 대학생 13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5%가 ‘검찰과 금감원이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준다’고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라고 속아 현금(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단순히 인출 및 전달한 경우에는 실형을 살지 않는다’고 잘못 알고 있는 비율도 17%나 됐습니다. 2017년 적발된 대포통장도 소유주의 47.2%가 20, 30대 청년이었습니다.


금융당국도 교육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단순 용돈교육, 금융상품 안내, 재무교육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금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교육협의회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담았지만 해당 법안은 9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년 자립 지원 단체 빚쟁이유니온의 한영섭 대표는 “재테크나 재무설계 같은 교육도 중요하지만 돈 없는 청년들에게는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실질적인 금융교육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원문: 동아일보<절박한 청년들 ‘작업대출’ 먹잇감으로… 직접 금융사기 가담도(장윤정, 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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