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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들고 다쳐도 "환자가 먼저"..닥터헬기 근무자들의 하루

조회수 2019. 5. 9.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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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가빠요…”


4월 27일 오전 9시. 30분 전 숨이 가쁘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119에 신고한 조모 씨(71)를 영양군에서 태우고 안동병원으로 향하는 닥터헬기에는 긴장감이 가득했습니다. 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를 헬기는 단 16분 만에 가로질렀습니다.

출처: 닥터헬기. 보건복지부 자료사진

급성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상황. 김남규 안동병원 응급의학과장(39)씨가 “12리드(심전도 검사)를 해보죠”라고 지시했습니다. 응급구조사 서현영 씨(29)가 바로 환자의 몸에 전극을 붙였습니다. 판독 결과 심장이 아닌 폐 질환이 의심됐습니다.  


김 과장은 곧바로 지상 의료진에게 검사 결과를 전달했습니다. 닥터헬기 의료진의 민첩한 판단과 조치 덕에 병원에서 대기하던 의료진은 환자가 도착하자마자 폐 컴퓨터단층 촬영(CT)으로 중증 기흉임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오른쪽 폐가 완전히 찌그러져 그대로 두면 사망할 수도 있던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조 씨는 응급 시술 후 무사히 회복 중입니다.

출처: 안동=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달 25일 경북 안동시 안동병원 의료진이 공사 현장에서 외상을 입은 환자를 닥터헬기로 실어와 응급실로 옮기고 있다. 닥터헬기 의료진은 부상 위험과 언제 출동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긴장 속에서 근무한다.

● 헬기 요동쳐 멍들어도 “다친 줄도 몰랐다”


하늘 위 응급실, 닥터헬기 근무는 긴장과 위험의 연속입니다. 전국 닥터헬기 6개 가운데 출동 횟수와 이송 환자가 가장 많은 안동병원 닥터헬기는 2013년 도입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총 2098번 출동해 1961명의 응급환자를 실어 날랐습니다.


이동중인 헬기 안에서 환자를 응급 처치하는 의료진은 늘 부상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4월 25일 문경시의 한 공사 현장에서 부상당한 A씨(19)를 이송할 때도 그랬습니다. 정맥을 찾아 약물을 투약하고 수혈 팩을 갈아야 하는데 난기류 때문에 헬기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습니다. 그 와중에도 의료진들은 손잡이 대신 환자를 꽉 붙들고 있었습니다.

“출동 중에는 의식하지 못 하는데, 환자분을 무사히 병원까지 옮기고 헬기에서 내리고 나면 머리나 어깨에 멍이 들어 있기도 해요.” (응급구조사 서현영 씨·29)

지상 대기 중에도 닥터헬기팀은 긴장을 풀지 못합니다. 응급환자 출동 요청이 언제 올지 몰라 병원 옆 별채 운항통제실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합니다. 식사는 거르거나 컵라면으로 때우기 일쑤입니다. 통제실에는 고칼로리 간식, 인스턴트 커피, 영양제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와야 합니다. 그래야 하루를 잘 버틸 수 있거든요.” (정현진 간호사·26)
“시시각각 갱신되는 기상정보를 확인하려면 기상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헬기가 뜬 뒤에라도 구름 높이가 450m보다 낮아지거나 안개가 짙어지면 회항시켜야 해요. 의료진과 조종사의 안전도 중요하니까요.” (운항관리사 김진수 씨·38)
출처: 닥터헬기 자료사진(안동병원 제공)

● “소음, 바람” 민원에 헬기장 쫓겨나기도


온 힘을 다해 일하는 닥터헬기 근무자들이지만 운항이 언제나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 안동병원 옥상 헬기장은 7개월간 폐쇄된 상태입니다. 병원에서 20m가량 떨어진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크레인이 옥상 헬기장보다 높이 솟아 헬기 이착륙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닥터헬기로 실어온 환자는 병원에서 200m가량 떨어진 헬기 계류장에 내린 뒤 응급실까지 앰뷸런스로 옮겨야 합니다. 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시간이 지체되면 그만큼 수술도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닥터헬기 도입 초기인 2013년에는 이 계류장마저 쓸 수 없었다고 합니다. 계류장에서 50m 떨어진 농장 주인이 “헬기 바람 때문에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며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헬기 바람이 밭에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관할 지방항공청은 민원을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안동병원은 민원이 멈출 때까지 6개월 간 병원에서 2.7km떨어진 운동장으로 환자를 실어 날라야 했습니다.

출처: 안동=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민원 탓에 실제로 출동이 중단된 사례도 있습니다. 2014년 3월 28일 중증 화상 환자를 데리러 가려 이륙준비를 마친 닥터헬기를 한 주민이 자전거로 들이받으려 한 것입니다. 정비사가 막아서자 이 주민은 계류장에 주저앉아 욕설을 하며 출동을 방해했습니다. 결국 환자는 육로로 옮겨야 했습니다.


누가, 언제 위급상황에 처해 닥터헬기의 도움을 받게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안동병원 닥터헬기팀 관계자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잠시 소음을 견뎌 준다면 위급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 원문: 동아일보<컵라면 끼니 때우다 출동 일쑤… 요동치는 헬기서도 응급처치(조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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