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학원 문 두드리는 어른들

조회수 2019. 5. 11. 09: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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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만 잘 치르면 평생 할 공부는 다 한 걸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대학생, 직장인 할 것 없이 ‘열공’ 중입니다. 승진을 위해 어학 시험을 보고 창업 목적으로 자격증 공부를 하기도 하죠. 악기나 미술을 배워 스트레스 해소를 꾀하기도 합니다. 


학원은 더 이상 중고등학생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가계 교육비 지출은 전년보다 1조 3107억 원 늘어난 42조 2479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늘기도 했지만 주 52시간제 영향으로 학원을 찾는 직장인이 늘어난 까닭이라고 합니다. 학원들도 앞다퉈 성인 대상 수업과 할인 이벤트를 내놓고 있습니다.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 어른들, 학원에 몰린다 


“직장생활을 한지 이제 2년 조금 넘었어요. 회사생활에 적응을 하고 나니 뭔가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평생직장이라는 게 없다고 하잖아요. 제 주변에도 다들 한 두 번씩 이직을 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은 토익 점수나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미리 따 두더라고요. 저도 아예 이직 생각이 없는 게 아니어서 어학 점수부터 따놓고 보자는 생각에 토익 2개월 완성반을 끊었습니다. 안하던 공부를 하려니 쉽지 않네요.”

-전민경 씨(27·회사원)

● “공부로 활력, 자존감 얻어요” 


“2년 전에 딸들과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어요. 의사소통은 직장인, 대학생인 두 딸이 해결했죠. 그걸 보면서 한 편으로는 뿌듯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저도 나름 대학까지 다녔는데 외국에 가니 입이 얼어붙더라고요. ‘나도 영어 배워서 다시 와야지’ 말만 하다 올해부터 영어회화 학원에 등록했어요. 처음에는 한 문장 내뱉기가 괜히 부끄럽고 떨렸는데 지금은 옆 사람과 자유 대화하는 5~10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가요. 다행인건 저희 반에 저 말고도 50대가 두 명이나 더 있다는 거죠.”

- 정미자 씨(58·가정주부)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 독학도 괜찮아요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서 한동안 학원에 다녔어요. 비용도 만만치 않고 급하게 다른 일정이 생기는 날에는 수업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그 때 언니가 학습지 방문 교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언니를 통해서 일본어 학습지를 몇 번 풀어 봤거든요. 양도 많지 않아서 할 만 하더라고요. 말로는 요즘에 직장인들도 중국어나 일본어를 많이 신청해서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전모 씨(23·대학생)

 마음 먹고 학원에 등록했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걱정이라는 이들도 물론 많습니다. 승무원을 꿈꾸는 취업준비생 김모 씨(25)는 준비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싼 학원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고민입니다. 혼자 준비하자니 자신이 없고, 학원에 가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대부분 채용될 때까지 학원을 다닌다는데 부담스럽다. 어학원에서 영어와 중국어 수업 듣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라고 털어놨습니다. 


미용학원에 다녀 자격증을 취득한 44세 가정주부 최모 씨는 창업할 엄두를 내지 못 하고 있습니다. 작은 미용실을 낼 생각으로 학원에 다녔지만 원래 머리 손질을 잘 못 하던 최 씨는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어린 수강생들 사이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보다’라는 자책도 여러 번 했다는 최 씨는 자격증을 딴 뒤에도 아직 망설이고 있습니다.

● 그럼에도,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88세 노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90세 노인이 중학교를 졸업하는 요즘. 그야말로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데요. 불안정한 미래를 걱정하며 ‘스펙 쌓기’에 골몰하거나, 한편으로는 불안정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음악이나 미술을 배우며 위안을 찾기도 합니다. 불안에 휩싸여 일단 학원에 등록부터 하기보다는 찬찬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나의 현실과 미래를 가꾸는 도구로써 학원을 이용하는 건 어떨까요.


※ 원문: 동아일보 <[‘성인 학원’ 톡톡]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대학생도 직장인도 ‘열공’ 모드…왜?(신무경 기자·정혜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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