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변' 흐르는데도 끝까지 달려 우승한 마라토너

조회수 2019. 4. 30. 17: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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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영양을 섭취하고, 소화시키고 남은 물질은 배설기관을 통해 내보낸다. 이것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생존 활동입니다. 특히 배설은 인간 존엄성과 연관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매우 사적인 행동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당장 화장실을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이 응급신호를 보내는 바람에 식은땀을 흘려 본 경험을 되새긴다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용변 실수를 하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죠. 

출처: sina.com

그러나 최근 중국의 한 마라토너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끝까지 달리는 투혼을 발휘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배탈 때문에 설사가 났는데도 끝까지 완주한 이 마라토너 소식은 SCMP등 중화권 매체들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4월 21일 상하이 국제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마라톤 선수 우샹동 씨는 코스를 절반 정도 지난 시점에서 속이 부글부글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당장이라도 공공화장실에 뛰어들어가 급한 용무를 해결해야 했지만 간절하게 우승하고 싶었던 우 씨는 꾹 참았습니다. 그는 에티오피아 출신 선수와 1등을 다투던 중이었고, 화장실에 다녀온다면 선두를 뺏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부끄럽고 냄새도 났지만 계속 달렸습니다. 저도 제게서 나는 악취를 참기 힘들었어요.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니 진심으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만약 배탈이 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은 기록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을 겁니다.”
출처: sina.com

1시간 6분 16초로 경기를 마친 우 씨는 당당히 우승을 거머쥔 동시에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그는 현장 인터뷰에서 음식 때문이 아니라 입고 있던 옷이 젖어서 차가워진 바람에 배탈이 난 것 같다고 말하며 “경기 도중에 일어난 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습니다. 


마라톤 경기 도중 배탈이 나는 상황은 종종 있습니다. 세계 정상급 여성 마라토너 폴라 래드클리프도 지난 2005년 런던 마라톤에서 달리던 도중 우 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평생의 ‘흑역사’가 될 수도 있는 에피소드지만 관중들과 대다수 네티즌들은 우 씨의 승부욕과 운동선수로서의 마음가짐을 칭찬했습니다. 남들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걸 감수하고 승리를 향해 뛸 정도로 뜨거운 마음을 가진 선수라면 앞으로의 활약도 더욱 기대된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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