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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전공자가 '번역가' 되면 일어나는 일

조회수 2019. 5. 1.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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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출간한 ‘경험 수집가의 여행’으로 김명남 번역가가 옮긴 책이 100권을 꽉 채웠다. 


그는 “세월이 흐르면서 결과물이 쌓인 것”이라고 했지만 매년 7~8권씩 작업을 하는 건 흔치 않다. 특히 전문 용어가 난무하는 과학서는 더더욱 그렇다.


카이스트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공부한 그는 과학자 대신 기자가 됐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퇴사했고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편집팀장으로 일했다. 그러던 2005년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과학서 번역을 맡게 되면서 중학생 때부터 꿈꿔 왔던 번역가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회사 일과 번역을 병행하는 게 힘에 부쳤던 그는 2006년 회사를 나와 전문번역가로 전향했다.

“번역가로 일을 막 시작하던 시기에 과학 담론이 부상했어요. 과학서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화학, 수학, 물리학, 의학 등 전 분야를 다룬다는 점이 제 작은 자부심입니다”


김명남 번역가는 과학 분야 1순위로 꼽히는 역자가 됐고, 그가 번역한 책만 골라 읽는 팬도 생겼다. 그는 “번역은 ‘제일 깊이 읽는 독서’라는 말에 100% 공감한다. 한 구절을 이해하기 위해 2~3일씩 고민하는 일이 많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저자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번역가는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라고들 한다. 인문학 전공 대학원생은 해외 서적을 읽는 것 자체가 공부인 데다 특별한 자격증도 없다. 


일감이 들어오는 대로 번역하길 9년, 그는 “운 좋게도” 책을 고를 권한을 얻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얼마나 새로운가’이다. 번역가의 최대 장점은 지적 노동이기 때문이다. 번역 방식도 천지개벽했다.

“사전과 도서관에 의지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작업 시간은 단축되고 품질은 개선됐죠. 한데 독자들의 눈도 높아져 오역을 쉽게 찾아낸답니다.”


최근 그는 인기 저자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창비) 등 4권과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웅진지식하우스)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그가 꼽는 번역가의 1순위 자질은 ‘끈기’. 5∼7회 정독하다 보면 명문도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번역가도 자신이 옮긴 문장을 전부 기억해요. 70세까지 언어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할머니라는 걸 독자가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면 피나는 노력으로 감각을 유지해야겠죠?”


이 글은 동아일보 “과학서 읽으면 세상 보는 눈이 밝아져요”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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