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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방화복으로 가방 만드는 청년들, 수익금은 소방관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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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 방화복으로 암 투병 소방관을 구하는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 119REO의 대표 이승우입니다.

수많은 화재와 재난 현장을 누빈 소방관들의 방화복으로 가방을 만들어 판매하는 이들이 있다. 건국대학교 내 동아리로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소셜벤처로 자립한 119REO다. 이들은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버려지는 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해 판매한다. 창출된 수익금은 또 다시 어려움에 처한 소방관들에게 돌아간다.

인천 계양소방서 윤인수 서장과 119REO 이승우 대표

119REO를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7년 여름 소방관의 처우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에 많이 나왔어요. 그 이야기들을 보고 무언가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는데 막상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서울에 있는 소방서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소방관 분들을 인터뷰했어요. 그러던 중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이하 소방동우회)를 만나 고 김범석 소방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고 김범석 소방관

고 김범석 소방관은 어떤 분이셨나요?


2006년부터 8년간 수많은 현장을 누비며 350여 명의 생명을 구한 소방관이세요. 2014년 6월, 혈관육종암이라는 희귀질환에 걸려 돌아가셨고요. 1살배기 아들을 두셨는데, 눈 감기 전 아버지께 “아들에게 병에 걸려 죽은 아빠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소방관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는 유언을 남기셨어요.


저는 소방관이 공무를 진행하다가 암에 걸리면 당연히 국가에서 보상을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어요. 김범석 소방관의 아버지는 아들의 공무상 상해를 인정 받기 위해 국가와 소송을 진행하고 계시고요. 작은 도움이라도 보태고 싶어 119REO를 만들었습니다.


고 김범석 소방관의 아버지는 아들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기 위해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유족 보상을 청구했지만 '공무와 질병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해 3월 열린 1심에서 기각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항소를 제기하여 2심이 진행 중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 김범석 소방관을 응원하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119REO의 REO는 무슨 뜻인가요?


Rescue Each Other 의 약자입니다. 소방관은 화재와 각종 재난으로부터 저희를 지켜주고, 119REO는 버려지는 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해 가방으로 만들어 새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있어요. 또 이렇게 만들어진 가방이 다른 분들께 전해지며 얻은 수익금으로 암 투병 중인 소방관을 구할 수 있고요.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구하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동아리에서 시작한 일로 창업을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방화복으로 만든 가방을 제작해 자금을 모아 암 투병 중이셨던 소방관 분들께 기부금을 전달해드렸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부금을 전달했던 소방관 두 분의 별세 소식을 접했습니다.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이었어요. 이런 방법으로 암 투병 소방관 분들을 돕는 것이 맞을지 스스로 의문도 들었고요.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에 김범석 소방관의 아버지께 연락을 받았어요. 저희 덕분에 아드님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질 수 있어서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 119REO가 만들어진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이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가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어요.

모델로 참여한 강원소방 소속 이진환 소방관

방화복으로 가방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요?


사용하면서 소방관을 일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소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러 재료를 찾다가 방화복이 3년의 내구 연한 (원래의 상태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면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방화복은 아라미드라는 소재로 만들어져서 방염, 발수, 방검 성능을 가지고 있어서 튼튼한 가방을 만들기에도 제격이고요.

강동 소방서 방화복 수거 현장

방화복의 수명이 생각보다 짧네요. 버려지는 방화복은 어디서 구하시나요?


소방동우회를 통해 각 소방서의 방화복을 무상으로 수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19REO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지켜봐 주시는 소방서가 많아 직접 수거를 하기도 해요. 방화복을 버리는 데도 폐기물 처리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서로 윈윈하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방화복 분해 사진

가방을 만드는 과정도 궁금해요.


수거한 방화복은 2중 특수 세탁을 진행해요. 다음에는 인천에 있는 자활센터로 보내 방화복을 분해해요.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방화복은 상의 20개, 하의 16개로 분해가 되거든요. 이렇게 분해한 방화복을 가방의 패턴에 맞춰 자르거나 이어 붙여 원단으로 만든 후 가방을 제작해요. 

방화복 분해 사진

업사이클링 특성상 제품 하나를 만드는데 많은 손이 가는데 자활센터 봉제교육 근로자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계세요. 동시에 제품의 품질을 올리기 위해서 디테일한 마무리는 26년 경력의 봉제 숙련자 분들께서 담당해주고 계십니다.

머스타드 컬러와 블랙 컬러의 가방은 재료로 쓰는 방화복 자체가 다르다.

제품을 보니 머스타드 컬러가 있고 블랙 컬러가 있더라고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머스타드 컬러의 방화복은 신형 방화복이고 블랙 컬러는 구형 방화복입니다. 그래서 블랙 컬러의 가방은 내년까지만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방화복으로서의 기능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블랙 방화복은 약 300~400도의 온도를 견딜 수 있지만 머스타드 방화복은 약 700~800도를 견딜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PBI 폐방화복도 나오고 있는데1000도 이상을 견디며 발수, 방검 성능도 훨씬 더 뛰어나요. 소방관이 아직 국가직이 아니기 때문에 지방의 자치 예산이 부족한 경우에는 안타깝게도 좋은 성능의 방화복을 사용하기가 어려워요.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현재 5개의 시,도에서만 PBI 방화복을 사용하고 있어요.

가방 수익금의 일부는 기부하고 계시죠?


소방동우회와 함께 암 투병 소방관의 공무상 상해 승인을 위한 소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119REO는 순수익의 50%를 공상불승인 소방관들의 초기 소송비로 기부하고 있다. 지난 1년간의 누적 기부액은 1000만 원을 넘어섰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진행한 프로젝트에서는 약 20일 만에 223명의 서포터로부터 21,111,400원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원래 목표했던 금액의 2,100%가 넘는 성과를 거둔 셈인데, 이 수익금 역시 일부는 소방관들을 위한 기부에 쓰일 계획이다.

출처와디즈


특히 ‘공상 불승인 소방관’ 분들께 기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공상 불승인 이란 공무 중에 병을 얻었지만 공무상 상해로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국제암연구협회(IARC)는 2007년부터 소방관이 수많은 유해물질, 특히 발암 물질에 자주 노출되는 직업이라 판단하여 발암 업무 직군으로 분류하고 있어요. 미국 등 선진국은 임용 당시 문제가 없었고, 근무 경력이 3년 이상인 소방관이 암에 걸리게 되면 공상으로 인정하고요. 이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직접 연관이 없다는 것을 밝혀야하는 구조에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릅니다. 일단 공무 중 암이 발병해도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공무상 상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치료비도 본인부담입니다.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현장에서 어떤 유해 물질에 노출되었고, 이 유해물질이 지금의 병과 어떤 인과 관계가 있는지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고 김범석 소방관께서 걸린 혈관육종암은 의학적으로도 발병의 원인이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은 질병입니다. 이를 소방관 개인이 입증해야 한다는 건 어렵죠.

소방관 당신의 색 대학생 서포터즈와 함께한 119REO

방화복 가방 제작 외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우리의 안전을 위해 위험한 곳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안전 전문가로서의 소방관의 이미지를 알리고, 그들도 우리 같은 사람이자 이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기관과 협의하여 1년에 2번 전시회와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암 투병 소방관과 관련된 이해관계자 분들과 함께 “소방관 당신의 색”이라는 전시를 열었어요. 국회의원, 소방청,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 인사혁신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참여했고요.


앞으로 꿈꾸고 있는 일이 있나요?


사실 우리나라에 방화복이 도입된 것도 20년이 채 안돼요. 저희가 버려지는 방화복을 활용해서 제품을 만드는 게 널리 알려지고 소비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방화복이 도입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을 펼쳐보고 싶습니다.

정리=‌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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