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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원’에서 잘린 64세, ”장래희망은 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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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4세의 지성언 ㈜차이나다 대표는 잘 나가던 대기업 임원직에서 잘린 후 스타트업 대표가 됐다. 꿈은 “셀럽”이라고 한다.


LG패션 상하이법인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지 대표는 갑자기 서울 본사로 불려 들어가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30여 년 ‘LG맨’ 인생은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7년이 지났다. ‘잘린’ 그는 현재 중국어 교육 스타트업 차이나다의 공동대표다. 근무처는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위워크’의 서울 중구 을지로점. 인민일보 인터넷판 ‘인민망’ 고문으로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신규 프로그램 기획에도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 ‘중국’판에 비정기적으로 중국 관련 글을 기고한다. 대학과 기업에서 중국 관련 강연 요청도 종종 받는다. LG상사와 LG패션의 중국 주재원으로 대만, 홍콩, 광저우, 상하이 등지에서 31년간 근무한 경력이 이런 일들의 밑바탕이 됐다. 


1년 전 인스타그램을 시작, 1500여 명의 팔로어를 모았다. 주로 매일 아침 입고 나온 옷을 촬영한 ‘데일리 룩’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차이나다 합류 전에는 상하이에서 미국계 여성의류 브랜드의 중국 사업 총괄을 맡아 2년간 일했고, 길거리 캐스팅돼 TV 광고와 화보 모델로도 활약했다. 최근에는 작가로 데뷔했다. 책 제목은 ‘그레이트 그레이’(Great Grey·라온북). 부제는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어른을 위한 안티에이징 라이프 플랜’이다.


주간동아가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지 대표를 만났다.

지성언 차이나다 대표

출처주간동아

실례지만 정확한 나이가 궁금하다.

“55세다. 환갑이 된 때부터 매년 한 살씩 나이를 줄이기로 했다.(웃음) 박원순 서울시장과 고교 동기다. 애들이 일찍 결혼한 편이라 초등학교 4학년부터 네 살까지 손주가 넷 있다.” 

대기업에서 ‘잘렸어도’ 중국어는 물론 중국 비즈니스에 정통한 그다. LG패션 상하이법인장에서 내려온 이후 고문으로 2년 더 재직하다 좀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미국 회사로 옮겼다. 그러다 우연히 차이나다 관련 뉴스를 접하고 무작정 손편지를 보냈다.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상하이 푸단대 출신 창업자들에게 한국인 선배로서 보내는 응원의 편지였다. 이것이 인연이 돼 김선우 차이나다 대표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2016년 회사 합류를 제안받았다. 창업 6년 차 스타트업이 보내온 ‘스카우트 조건’에 그는 5분 만에 “수락한다”는 답장을 보냈다고 했다.


대우가 좋았을 리 없을 텐데.

“협상을 시도해볼 수준이 아니었다. 내가 받아온 연봉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으니까.(웃음) 오래전부터 은퇴한 후에는 돈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부자는 아니지만 먹고살 게 없는 것도 아니고,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내가 즐겁고,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차이나다는 현재 중국어 교육 서비스 ‘차이나탄’ 위주로 사업을 하지만, 당나라 때 신라방과 같이 중국과 한국을 잇는 가교가 되겠다는 포부가 있다. 31년간 중국에서 일한 내 경험이 도움되리라 생각했다.”


김선우 대표는 1982년생으로 지 대표의 아들보다 두 살 많다. 아들뻘 창업자, 그리고 아들보다 한참 어린 직원들과 어울려 일하는 게 어렵진 않을까. 그는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마다 ‘꼰대가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고 했다. 청년들 못지않은 패션 감각을 뽐내는 것도 그들과 가까워지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다. 


소위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일해보니 어떤가.

“먼저 안됐다는 마음이 든다. 우리 세대는 취업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는데, 이들 세대에겐 취업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다. 아직 경험이 적으니까 전반적으로 불안한 점이 있지만, 그 대신 매우 창의적이고 빨리 받아들이며 빨리 변화할 줄 안다. 바로 실행하고 잘못된 점을 바로 개선해간다. 이러한 유연성은 대기업 조직에선 보기 힘든 강점이다.”

지 대표는 패셔니스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중년 패션 에이전시 ‘헬로우젠틀’ 권정현 대표의 눈에 띄어 그의 피사체가 됐다. 매일 아침 출근 전 둘이 만나 지 대표가 모델이 되고 권 대표가 사진을 찍는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 사진들은 젊은 층으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지 대표가 처음부터 ‘패션피플’이었던 것은 아니다. 50대 접어들어 LG상사에서 LG패션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양복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부장님 패션’을 버렸다. 그는 “당시 옷과 구두를 엄청 사들여 아내가 기함을 했다”고 했다. 꾸준한 운동으로 몸무게도 10kg가량 줄였다. 


패션 아이템을 얼마나 갖고 있나.

“청바지는 30벌이 넘고 신발은 30~40켤레쯤 된다. 가방도 한 20개 되고…. 차이나다 직원들이 내 생일마다 선물 고르는 게 고역이라고 한다. ‘웬만한 것은 마음에 안 드실 텐데’ 한다는 거다. 얼마 전에는 교회에서 ‘당신, 이멜다 여사냐’라는 말도 들었다.(웃음)”


패션에 관심 많은 중년 남성을 위해 꼭 한 가지를 조언한다면?

“바지통 좁히고 바지 길이 자르는 게 급선무다. 패션에서 상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바지 핏이 핵심이다. 바지 밑단 너비는 18cm여야 한다. 다리가 굵다면 19cm까지는 오케이다. 바지 길이는 복숭아뼈 중간, 혹은 중간에서 살짝 위 정도로 잘라버려라. 굳이 새로 사지 말고 수선하면 된다.”


“나이 들수록 패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상은 무대다. 은퇴하더라도 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조연으로, 소품으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무대 풍경을 망쳐선 안 된다. 오히려 더 멋진 존재가 돼 눈에 띄어야 한다. 그래야 분위기를 살리고, 주변 사람들이 좋아한다. ‘누가 날 본다고…’ 하는데, 다들 본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내가 나 자신을 보지 않나.”

나이 들어 사회생활에서 물러나는 것을 한국에서는 은퇴(隱退), 중국에서는 퇴휴(退休)라 한다. 그는 “한국은 숨을 은(隱)을 써 은퇴를 ‘세상을 등지고 숨어버리는 것’으로 여기지만, 중국은 ‘물러나서 쉰다’는 정도로만 여기는 것이 차이”라며 “100세 시대에 50대의 은퇴는 중휴(中休)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래 희망이 뭔가.

“유명한 셀럽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일반인 셀럽’이 되고 싶다. 가족, 친지, 친구, 그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친구들이 지성언에게서 세상과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유쾌함을 얻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옷과 공간 등 일상생활 속에 패션을 입히고 싶다. 연극도 좋아하는데, 꼭 배우로서 무대에 서보고 싶다. 디지펀아트(디지털 기기를 통해 즐기는 예술)도 배울 생각이다.”


은퇴 선배로서 은퇴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누군지,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거기서부터 은퇴 이후의 삶을 설계해야 한다. 인생 2막에서 가장 우선시할 것은 자신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85호 <“안녕하세요, 제 꿈은 ‘셀럽’입니다만”> 기사를 발췌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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