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만 한 취미 찾는다면..'아랍어' 캘리그래피 어때요?

조회수 2019. 4. 28. 20: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한 획, 한 획 글자의 의미를 생각하며 만든 캘리그래피(Calligraphy)를 보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낍니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되니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요.”


요즘 ‘아랍어’ 캘리그래피에 푹 빠져 있는 대학원생 황의현 씨(30). 한글이나 영어와 달리 낯선 아랍어로 글씨를 쓰는 그는 “아랍어 글씨는 수많은 점들을 균형감 있게 배치해야 하고, 고정된 형태를 벗어나 예술적으로 크게 변형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 말합니다. 1~2시간 동안 모든 것을 잃고 흠뻑 몰입해 완성해 낸 캘리그래피는 소중한 예술 작품이 됩니다. 황 씨는 동호회 활동을 하며 페르시아어 글씨체인 ‘파르시’ 체도 연습하고 있습니다.

출처: 이산글씨학교·황의현 김종훈 씨 제공
이 아랍어 캘리그래피는 ‘낙타를 묶었으니 이제 신에게 맡겨라’는 문구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과 같은 의미다.

김종훈 씨(28)도 아랍어 캘리그래피 작품을 만듭니다. 어학 연수로 튀니지에 머무는 동안 일종의 서예학원에 다니며 취미로 아랍어 캘리그래피를 배웠습니다. 지난해까지는 관심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무료 강습도 했는데요. 김 씨는 “삶이 힘들 때마다 펜을 집어 들고 정성스레 글자를 쓰면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노래 가사, 좌우명 등을 아랍어로 번역해 작품을 만듭니다.


컴퓨터,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펜을 잡을 일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에 손으로 자신이 원하는 문구를 쓰는 캘리그래피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쓰기의 귀환’인 셈입니다.


캘리그래피는 약 20년 전 유명 소설가들의 책 표지 제목 디자인으로 사용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뒤 꾸준히 발전해 현재는 제품 브랜드, TV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제목, 생활용품 디자인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출처: 이산글씨학교 제공
이산글씨학교(서울 마포구) 수강생들이 자신의 이름을 개성 있게 표현한 캘리그래피 작품을 들고 있다. 이들은 “상대의 이름이나 간단한 문구를 적어 캘리그래피를 선물하면 예술작품을 나누는 기쁨도 있다”고 말했다.

한때는 글자를 예쁘게 쓰는 정도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독립된 예술 장르로 인정받고 있죠. 아랍어 캘리그래피를 비롯해 스케치, 드로잉과 결합한 캘리그래피도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작업 도구도 만년필, 색연필, 붓펜, 초크펜, 마커펜 등 다양합니다.


과거에는 광고, 디자인 분야 종사자들이 주로 배웠지만 요즘에는 취미로 캘리그래피를 배우려 전문학원을 찾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서울과 제주에서 필묵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김종건 대표는 “취미로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사람들이 수강생의 20%에서 최근 절반까지 늘었다”고 했습니다. 취미활동을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립’에만 캘리그래피 관련 활동이 100여 개에 이릅니다. SNS에서도 캘리그래피 작품을 공유하는 소규모 모임이 많습니다.

출처: 이산글씨학교·황의현 김종훈 씨 제공
위부터 롤링펜으로 작업한 ‘그대 꽃필 것’, ‘책은 시공을 초월한 통신이다’를 표현한 캘리그래피 작품.

‘캘리’를 즐기는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이산글씨학교를 운영하는 이산 작가는 “중고교생부터 70대까지 매주 수강생 60여 명이 강의를 듣는다”고 말했습니다. 취미로 시작해 전문 자격증까지 취득하려는 수강생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한때 큰 인기를 끈 영문 캘리그래피보다 한글 캘리그래피가 더 각광받는 것도 요즘 추세입니다. 이산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한글은 개인 취향에 따라 자기만의 글씨체를 만들기도 더 쉽고, 무한한 변형도 가능한 게 매력”이라 설명했습니다. 김종건 대표에 따르면 한글 캘리그래피를 배우기 위해 스위스, 독일, 영국에서 오는 외국인 수강생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손글씨의 인기는 도서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TV 드라마에 등장했던 필사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김용택 지음·예담)는 2015년 첫 출간 이래 81쇄를 찍었고, 현재 3권까지 출간됐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필사할 수 있는 책도 시인의 탄생 100주년(2017년)을 즈음해 여러 권이 출간됐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손으로 쓸 수 있도록 디자인한 각종 다이어리북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 원문: 동아일보 <한글에서 아랍어까지… 한 획 한 획, 쓰는 맛 보는 멋(김기윤·조종엽 기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