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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말단→팀장 된 과일맨, 前삼성맨과 만나 “진짜 제철 귤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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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의 제철이 언제인지 아세요? 사실 겨울이 아니라 8, 9월입니다. 진짜 제철과일을 집으로 배송해드립니다.

삼성전자 출신의 마케터와 자동차 유통업을 하다 과일가게를 차린 사장님이 제주도에서 ‘제철 과일’을 팔기 시작했다. 만남부터 독특하다. 과일가게의 고객과 주인으로 만나 함께 사업을 하는 동료가 됐다.


이들이 창업한 아일랜드박스는 농수산물 상품이 가장 맛있는 제철에 전문가가 직접 맛을 보고 골라 검증한 최고 품질의 상품을 1년에 한 번씩 고객에게 배송해주는 스타트업이다. 쉽게 말해 과일을 제철에 맞게 보내는 서비스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식품의 제철을 알기 어렵고 겉모양만으로 맛있는 걸 골라내기 힘들다는 점에 착안해 사업을 구상했다는 아일랜드 박스의 박용순, 전진호 공동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용순 아일랜드박스 대표

저는 직장 생활에 올인해도 그 결과가 평생을 보장해주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또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자율적인 생활을 원했죠. 그래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창업을 생각했고 창업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박용순 대표

삼성전자, 노키아의 IT분야 마케팅 전문가 출신인 박 대표는 2015년 여유로운 삶을 꿈꾸며 제주로 이주했다. 하지만 무작정 쉬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과거 두 번의 창업 실패 경험이 있었지만 박 대표는 다시 한 번 창업을 꿈꿨다. 대신 50대라는 나이를 감안해 좀 더 신중하게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고 있었다.

박: 저는 부모님께 드릴 시지 않고 당도 높은 귤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고객이었어요. 그때 과일 가게 주인이 품종별로 맛이 좋은 제철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좋은 품질의 귤을 보내주었죠. 소비자로서 환상적인 경험을 한거죠. 


이를 토대로 구상한 사업의 주변 반응이 좋았어요. 또 최근 들어 도시에 계신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저희 서비스에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큼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크게 실패할 사업은 아니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일랜드박스가 설명한 귤의 ‘진짜 제철’

아일랜드박스는 우리가 사 먹는 과일들이 가장 맛있는 시기까지 나무에서 익지 않고 일찍 수확돼 유통 과정에서 후숙되고 있다는 불편한 사실에 반기를 들고 탄생했다. 진짜 제주도민들이 먹는 진짜 제철과일을 일반 소비자에게도 맛 보여주겠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IT 분야의 마케팅 전문가로 일하던 박용순 대표님에게 전통 산업 분야인 농수산물 유통에 도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셨을 텐데요.

박: 저는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외국 기업인 노키아에서 근무하면서 국내외 IT 업계를 꽤 오랫동안 경험했습니다. 다이내믹한 IT 업계도 재미있었지만 이 시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영역에서 창업한다면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술 분야로 창업을 했다가, 두 번째는 숙박 공유 플랫폼으로 창업을 했죠.


이번 농수산물 유통 스타트업 역시 IT와 (완전히) 동떨어진 건 아닙니다. 기존의 유통 서비스업에 인공 지능, 데이터 분석 같은 정보 기술과 감성적인 사용자 경험을 융합한 '스마트 농수산물 유통' 기업을 만드는 것이 아일랜드박스의 목표입니다.

전진호 아일랜드박스 대표

전진호 대표님도 제주도로 이주하기 전에는 농산물과 동떨어진 자동차용품 유통 사업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전: 제주도에서 중년의 이주민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는 분야는 펜션이나 카페처럼 유행을 많이 타고 경쟁이 심한 영역이 아닌, 안정된 시장이 있지만 전통적인 방식에 머물러 있는 영역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과일 유통을 제 사업 분야로 정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운영했던 자동차용품 유통업 경험도 도움이 될 거라 믿었고요.

전진호 대표

본격적인 사업 전에는 슈퍼마켓에서 말단직원으로 취업하기도 하셨죠?

전: 본격적으로 과일 유통 사업을 시작하기 전, 현지 시장을 이해하고 사업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해 제주시 교외 지역에 있는 대형 마트의 청과 부서에 들어갔습니다.

전 대표는 마트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1년 만에 매출을 월 3000만 원에서 1억2000만 원으로 키우며 팀장으로 진급했다. 제사에 필요한 과일을 많이 찾는 지역민을 타깃으로 크고 예쁜 ‘제수용 과일’을 강화하고, 제주 방문 관광객을 타깃으로 과일 전국 택배 서비스를 강화한 전략이 주효했다.


시장 연구를 마친 뒤에는 마트를 떠나 ‘곱은 과일’이라는 감귤류 전문 매장을 오픈했다. “과일은 식당의 음식과 같아서 맛있고 믿을 수 있는 가게에서 꾸준히 구매한다”고 말하는 전 대표는 고객에게 품질 좋은 과일을 판매하며 신뢰를 키웠다. 현재는 매장은 전화와 문자만으로 주문하는 단골 고객이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다. 


그러나 전 대표 역시 고민은 있었다. 그리고 그 고민이 아일랜드박스 창업의 계기가 됐다.

전진호 대표(왼쪽)와 박용순 대표

전: 곱은과일은 오프라인 매장의 특성상 365일 과일을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시기에 따라 판매하는 과일의 맛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고민했던 문제가 '과일이 가장 맛있는 적기에 집중해서 판매할 수 없을까?' 였어요. 이것은 고객의 만족과 생산자의 수익성, 사업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거든요. 마침 박용순 대표가 이런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보자는 창업 제안을 해주어서 큰 고민 없이 아일랜드박스를 시작했습니다.

‘진짜 제철 과일을 판매하겠다’는 홍보 문구 아래에서는 과일의 맛과 품질이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이 어떻게 진짜 맛있는 제철 과일을 골라 전국으로 보내고 있을까?


퀄리티 컨트롤은 어떻게 하시나요?

전: 품질 관리는 서귀포 위미농협과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됩니다. 위미농협은 제주도 내 최대의 감귤 단위 농협인데요, 수확 전에 수시로 당도를 측정하며 품질을 관리하고 있어 저희에게 품질이 우수한 농가들을 추천해줍니다.


신기한 점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제주도민이 선호하는 귤 맛과 도시인이 선호하는 귤 맛이 조금 다릅니다. 저희는 그 차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추천받은 농장을 방문해 농장 안의 위치별, 과일 크기별 샘플을 직접 맛보고 가장 맛이 좋다고 생각하는 농장의 과일을 구매합니다.


지금은 감귤만 자동화 시스템으로 당도를 선별할 수 있고, 한라봉이나 천혜향 같은 만감류는 직접 맛을 보고 분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위미농협에서 만감류의 자동 당도 선별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보다 높은 품질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창업 초기 단계라 그런지 한 품종 한 품종 보낼 때마다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도 생기고 저희 스스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을 도입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려고 합니다.

아일랜드박스는 와디즈를 통해 성공리에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와디즈를 통해 성공적으로 펀딩을 진행하셨죠.

저희가 판매하는 제품은 귤입니다. 겉모습만 봤을 때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지요. 차이점은 우리가 판매하는 귤에는 스토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과일 유통의 문제점, 제철에 잘 고른 맛있는 과일, 창업자들의 우연이 필연이 된 이야기까지. 이 스토리에 공감하고 더 높은 품질의 먹거리를 기대하는 소비자가 마트에 파는 귤보다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끔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의 재구매율도 높아보였습니다.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핵심 성과 지표 (KPI)가 바로 재구매율인데요.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기대를 어떻게 계속 만족시켜드릴까에 대한 부담과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고요.

‘소비자 중심의 유통’에 대해 강조하기도 하셨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의 농수산물 유통 시장은 소비자나 생산자보다 유통 업체의 이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제철 상품을 구입할 기회가 많지 않고, 생산자는 수확한 상품의 품질이 좋아도 더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아일랜드박스 서비스의 본질이 유통업이기는 하지만 소비자에게 제철에 맞는 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생산자가 더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기존의 유통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선 순환의 가치를 나누며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서비스가 되려고 합니다.

전진호 대표(왼쪽)와 박용순 대표

앞으로 아일랜드박스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브랜드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당분간은 아일랜드박스를 제철 제주 귤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만드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연간 구독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고요. 단체 선물용, VIP 고객 관리용 B2B 상품 등 귤과 귤을 응용한 상품 만으로도 1년 간의 사업 로드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정보 기술을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 우리나라 1차 산업에서도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가진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후 비즈니스가 자리 잡으면 귤 이외의 상품도 추가할 수 있을 거고요. 아일랜드박스가 제주 내에서 확실히 포지셔닝을 한 후에 전국 규모의 서비스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제주와 달리 다른 지역은 자기 고장 상품 만으로 1년 내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어렵거든요. 각 지역별로 파트너를 발굴하고, 생산자와 판매자가 협업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서 전문가의 검증을 마친 가장 맛있는 전국의 특산물을 1년 내내 구매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만들 계획입니다.


수확기 내내 상시로 판매하고 배송하는 다른 유통 서비스들과 달리 1년에 단 한번, 제철에 맞게 맛볼 수 있는 별미를 보내드리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일랜드박스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정리=‌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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