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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몰고 찾아가는 '이동식 이발소' 차린 청년

조회수 2019. 4. 6.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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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잘 어울리는 머리모양을 하면 인물이 확 산다는 건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지만, 멋진 스타일을 유지하는 건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았다 해도 자주 미용실을 찾아 다듬어 주어야 깔끔한 상태를 지킬 수 있죠. 돈도 돈이지만 바쁜 사람, 혹은 ‘귀차니즘’에 사로잡힌 사람이라면 가게를 찾아가는 것 자체도 시간 낭비로 느껴질 겁니다. 

출처: Sage

영국 런던에서 이동식 이발소 트림잇(Trim-It)을 창립한 24세 청년 대런 텐코랑(Darren Tenkorang)씨는 바로 그런 고객들을 공략했습니다. 외모 가꾸기에 관심은 있지만 미용업소 방문하기는 귀찮다고 여기는 남성들, 혹은 마땅한 동네 미용실이 없어 답답해하는 남성들이 주 고객층입니다.


주목 받는 청년 창업가인 대런 씨의 창업 스토리는 최근 BBC, Startacus등을 통해 소개됐습니다. 그는 “우리 세대 남성들은 외모에도 관심이 많고 무엇보다 편의성을 중요시 여긴다. 특히 아프리카계 카리브해인(Afro-Caribbean)들은 유럽인과는 모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아프리카계 이발사가 운영하는 이발소는 항상 북적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난독증 진단을 받자 대런 씨는 일반 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다른 길을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원하는 이발소와 이발사를 골라 예약하는 앱을 만들어 스타트업 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상금 1만 파운드(약 1500만 원)으로 사업 기초자금을 마련했습니다.


트림잇 공동창립자 나나 다르코(Nana Darko)씨는 대런 씨와 대회에서 만난 라이벌 사이였습니다. 서로를 높이 평가하던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잘 해 보기로 마음 먹었고, 한 달에 2000건 넘는 예약이 밀려들어올 정도로 시작은 호조였습니다.

출처: Trim-It

그러나 곧 문제가 생겼습니다. 예약을 단순히 주선해 주는 앱이다 보니 고객이 이발소를 찾았을 때 이발사가 다른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등 시간에 맞추지 못 하는 경우가 잦았던 것입니다. 예약 건수 자체는 많았지만 대런 씨가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거의 되지 않았습니다. 사업이 잘 되지 않자 동업자인 나나 씨도 의기소침해졌습니다. 대학 졸업반이었던 그는 취업 면접 제안도 다 거절하며 트림잇에 매달려 왔기 때문입니다.


고민 끝에 대런 씨는 ‘예약만 알선할 게 아니라 아예 우리가 헤어디자이너를 고용해서 고객을 찾아가자’는 모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차량 마련과 운행 비용, 이발사 직접 고용비 등 여러 모로 위험성이 큰 계획이었지만 그 동안 ‘투잡’을 뛰며 모은 돈과 주위에서 투자 받은 자금을 모두 끌어 모아 2018년 2월 첫 ‘이발 밴’ 운행을 개시했습니다.

출처: BBC
출처: BBC

도전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현재 트림잇은 두 대였던 이발소 차량을 세 대로 늘렸으며 이발사도 추가 고용했습니다. 25파운드(약 3만 7000원)으로 비교적 비싼 요금에도 예약은 끊이지 않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을 실현한 대런 씨지만 아직 고민은 남아있습니다. 트림잇의 이동식 이발소 서비스가 편안하고 전문적이기는 하지만, 이발소가 갖고 있는 감성적인 부분이나 동네 사랑방으로서의 역할까지 따라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런던 도심 주차공간 확보는 물론 환경 문제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가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트림잇 차량에 대해 어떻게 여길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직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대런 씨는 확신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이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바쁜 직장인들에게 큰 매력 포인트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차량을 호출해 탑승하는 게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은 것처럼, 트림잇의 찾아가는 이발 서비스도 꾸준히 잘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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