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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현실판? 위장취업으로 보이스피싱범 잡은 경찰

조회수 2019. 3. 27. 16: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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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원 '알바' 면접 본 후기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이 관람객 1600만 명을 돌파해 역대 영화 흥행 2위에 올랐습니다. 이 영화는 형사들이 마약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위장으로 치킨집을 차려놓고 잠복수사를 하는 이야기입니다.


때로 현실은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법이죠. 부산 강서경찰서 이상민 지능팀장(47)이 보이스피싱 조직 위장취업으로 범인 일당을 잡은 일화가 전해졌습니다.


3월 27일 이 팀장은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보이스피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속적인 단속과 홍보를 해도 근절이 잘 안된다”면서 “피해자들을 매일 마주하다 보니까 너무 안타까웠다. 접수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직접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위장취업 계기를 밝혔습니다.

출처: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지난 2월 중순 이 팀장은 구직사이트를 통해서 보이스피싱 조직원 모집으로 의심되는 구인공고에 지원했습니다. 하루에 교통비와 식비를 제외하고 10만 원을 버는 알바였습니다. 이 팀장은 총 10군데에 면접을 봤습니다. 


조직원과 모바일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는 일부러 오타와 줄임말을 섞어 사용했습니다.


이 팀장은 “저희는 말투가 딱딱하다.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오타도 섞고 젊은 직원들한테 줄임말도 배워서 썼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면접에서는 직업, 나이, 차량 종류, 경력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 팀장은 면접 당시 “일거리가 없어서 집에서 놀고 있다.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경찰에 절대 잡히면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조직원은 경찰에게 잡혔을 때 대처하는 법을 알려줬다고 하네요.


이 팀장은 '조직' 2곳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출처: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조직원들은 신분증, 차량 사진 등을 요구했습니다. 신변이 노출되는 상황이었지만 이 팀장은 자신의 신분증과 차량 사진을 찍어 보냈습니다.


조직은 이 팀장에게 실시간으로 지시를 내렸습니다. 대구, 울산 등 6군데서 일반인들의 체크카드를 받아서 조직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카드를 빌려준 사람들은 ‘카드를 빌려주면 신용을 회복시켜준다’는 조직원의 말에 속은 사람들입니다.


이 팀장은 “카드를 준 사람들에게 경찰인 것을 밝히고 ‘범인을 잡아야 하니까 카드를 빌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카드를 일시정지 시키라고 말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출처: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이 팀장은 대전으로 가서 모은 체크카드를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이 팀장은 다른 경찰들과 함께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조직원 5명을 검거했습니다. 카드를 받으러 온 조직원들은 불법으로 모은 체크카드를 중국으로 보내는 역할이었습니다.


이 팀장은 “현장에서 5명을 체포했다. 그중 4명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운전을 담당한 1명은 불구속 입건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팀장은 위장취업으로 범인을 잡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영화 ‘극한직업’을 연상케 합니다.


그는 “요즘 구직난이 심하다고 하던데 정말 여러 모로 쉽지 않더라”며 “지금은 중국에 남아있는 조직원도 추적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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