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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여성들 좋아할 이모티콘 그려 '억대 연봉' 벌어요"

조회수 2019. 3. 17.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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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마다 이모티콘 사용 목적이 조금씩 다르다. 50대 이상의 ‘그레이 세대’는 젊은 세대에 비해 텍스트로 감정을 표현하는 걸 어려워한다. 대신 자신의 마음을 대변해줄 이모티콘이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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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중년 여성을 겨냥한 이모티콘을 만들어 억대 연봉을 버는 작가가 있다.


임선경 작가(51)는 ‘너를 만나 행복해’ ‘사랑하는 그대에게’ 등 22개 이모티콘을 출시한 1세대 이모티콘 작가다.


임 작가는 “제 이모티콘은 주로 30대 이상 따스한 감성을 가진 여성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면서 “주로 저와 제 또래들이 자주 쓰는 말을 기반으로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그림책 그리는 마음으로 이모티콘 만들어요

임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출신(현재는 홍익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으로 약 30년을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 활동했다. 특히 그림책 작가로 활동한 것이 이모티콘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임 작가는 “그림책을 만들면서 ‘부모는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어주고 싶을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니 따뜻한 표현과 그림이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잡화점

그러다 자신이 그린 캐릭터를 홍보하기 위해 2013년 이모티콘 시장에 입문했다. 처음부터 이모티콘 작가로 성공하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그런데 그가 이모티콘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는 “2013년 당시 자극적인 이모티콘이 인기였다. 그래서 말장난 이모티콘을 기획해 카카오에 제안했다. 트렌드에 억지로 맞춰가다 보니 거절됐다. 그때부터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그려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또래들이 자주 쓰는 말을 수집했다. 그리고 그 말들을 어떻게 하면 더 친절하고 따뜻하게 표현할지 연구했다.

출처: 사랑하는 그대에게 ver.6 캡처

임 작가는 “’사랑해요’라는 말을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났어요’라고 표현하면 좀 더 와닿는다. 이런 식으로 작업해서 ‘사랑하는 그대에게’ 시리즈가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처음 그가 ‘사랑하는 그대에게’ 이모티콘을 그렸을 때 주변에서는 “그런 이모티콘은 잘 안 팔릴 거야”라며 걱정했다. 주로 자극적이고 코믹한 이모티콘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시 다음 날 그의 작품은 ‘라이언’ 이모티콘을 누르고 매출 2위에 올랐다. 현재 ‘사랑하는 그대에게’는 10번째 버전까지 나온 상태이다.

이모티콘 작가 되고 나서 서울로 이사… 수입 좋아졌다
출처: 임 작가의 작업실겸 집. 잡화점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임 작가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6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그로부터 1년 후 남편과 이혼했다. 그는 홀로 95년생, 97년생 두 아들을 키웠다.


임 작가는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하고 나서 생계가 정말 좋아졌다. 예전에는 작업실도 없고 집은 남양주에 있었다. 큰 배낭을 메고 왕복 4시간씩 서울을 왔다 갔다 했었다. 지금은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앱 마켓수수료를 제외하고 수익을 5:5로 나누는 점이 신의 한 수라고 했다. 작가는 매출의 30~35%를 가져갈 수 있다. 임 작가는 “그림책 등 다른 작업들은 작가에게 10% 인세 정도만 떨어진다”면서 카카오의 수익 배분이 파격적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수입은 밝히지 않았지만 "억대 연봉"이라고 밝혔다.

두 아들도 이모티콘 작가예요
출처: 왼쪽부터 주영윤, 주영성, 임선경 작가. 잡화점

임 작가는 ‘어떻게 이모티콘 작가가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는 ‘읽으면 진짜 이모티콘으로 돈 버는 책’이라는 책을 냈다. 본인처럼 미대를 나왔지만 생계가 어려운 사람,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사람, 부수입을 벌고 싶은 직장인들 등을 위해 안내서 성격의 책을 낸 것이다.


그는 “우리 큰 애도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낙서하 듯 그린 그림으로 이모티콘 작가가 됐는데 너무 큰 사랑을 받고 있다”면서 이모티콘은 그림 실력이 아닌 공감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임 씨의 아들 주영성 씨(24)는 카카오에서 ‘제제’라는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 중이며 7개의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동생 주영윤 씨(22)도 지난해 전역 후 이모티콘을 만들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임 작가는 이모티콘 흥행 비결에 대해 “사람들이 메신저 대화에서 자주 쓰는 말과 표현들을 유심히 보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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