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잡화점

학교 관두고 차린 카페 대박… ‘보드게임 PD’ 된 공대남

21,051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보드게임 프로듀서’라는 조금은 생소한 직업. 근무 시간 내내 부루마블 주사위를 던지고 젠가 조각을 빼내는 일을 하는 것일까?


보드게임이 좋아서 보드게임 프로듀서가 됐고, 또 보드게임 업체까지 차리게 됐다는 전 대학원생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보드게임 붐이 다시 온다’고 말하는 만두게임즈 김기찬 대표를 만나 보드게임을 만드는 일과 보드게임 시장에 대해 들어봤다.

Q. 보드게임 프로듀서는 무슨 일을 하나요?


보드게임 프로듀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보드게임을 발굴하는 직업이에요. 출판 편집자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게임을 만드는 작가들을 찾아 룰을 손보고, 테마와 콘셉트를 정한 후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서 검토를 거친 뒤에 생산에 들어갈 수 있게 합니다. 

최근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보드게임 카페

Q. 생소한 직업인데,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보드게임을 처음 접한 건 대학원을 다니던 때였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옥탑방에 부루마불을 가져와 밤새 게임을 하기도 했었죠. 그러다 홍대에 작은 보드게임 카페를 차렸는데 카페가 생각보다 너무 잘 되는 거예요. 그래서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2002년에 플레이오프라는 보드게임 회사를 창업했어요. 2010년에 코리아보드게임즈라는 기업에 회사를 매각하고, 개발 본부장으로 5년 간 제품 개발을 하다가 행복한 바오밥이라는 회사로 옮겨 부사장으로 2년 동안 일했어요. 그리고 회사를 떠나 또 한 번의 창업을 했습니다.


Q. 본부장, 부사장 직책을 뒤로 하고 ‘만두게임즈’라는 새 회사를 설립하신 이유가 있나요?


국내 보드게임 개발자들을 해외로 진출시키고 싶었어요. 한국에 출시된 보드게임의 99%는 미국, 유럽에서 온 제품이에요. 한국 개발자들의 게임은 출시되기 조차 어렵죠. 업계에서 일하면서 만든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개발자들의 게임을 해외에 출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만두게임즈의 시작은 한국을 포함해 홍콩, 일본 등 아시아 개발자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컨설팅 회사였어요. 해외진출의 일환으로 킥스타터 펀딩을 진행하면서 퍼블리싱(게임 출판)도 함께 하게 된 거죠. 지금은 저희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 제품을 한국 시장으로 가져오는 일들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만두게임즈의 김기찬 대표(첫번째 줄 왼쪽 세 번째)와 직원들.

김 대표는 보드게임에 푹 빠져 학업을 포기하기 전까지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컴퓨터비전연구실에서 ‘공학도’의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보드게임의 매력이 연구실에서 코딩만 하던 공대남을 무너뜨린 셈이다. 최첨단, IT에 익숙하던 그가 말하는 보드게임의 ‘아날로그적’ 매력은 뭘까.

Q. 화려한 그래픽의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끄는 요즘, 아날로그 보드게임이 잘 될까요?


온라인게임은 물론 재미있어요. 시각, 청각 같은 우리 몸의 감각을 단시간 내로 확 끌어올리니까 더 자극적이죠. 하지만 보드게임은 다른 매력을 갖고 있어요.


제가 늘 하는 말이 있는데 ‘보드게임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예요. 온라인 게임의 매력이 감각을 사로잡는 그래픽이라면 보드게임의 매력은 내러티브예요. 잘 짜인 스토리와 생생한 디자인, 기발한 게임 방식에 놀라워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좋은 퀄리티의 게임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도 하고요.

보드게임 파이어볼 아일랜드의 제작과정. 구성품을 채색하고 있다

Q. 보드게임을 만드는 과정이 궁금해요. 


보통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 데 1년 정도 걸려요.


먼저 좋은 소재를 갖고 있는 게임을 찾는 일에 가장 큰 힘을 들여요. 그 이후에는 디자인 콘셉트입니다. 잘 팔리긴 하지만 진부한 소재들이 있거든요. 동물이나 중세 유럽, 실크로드 같은 콘셉트가 대표적이에요. 최대한 진부하지 않으면서 낯설지 않은, 익숙하지만 새로운 콘셉트를 찾는 게 가장 어려워요.


콘셉트를 정해 프로토 타입을 만들면 남은 과제는 제조 원가를 맞추는 일이에요. 보드게임은 코딩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게임이 아니다 보니 종이, 말, 세트 재료의 원가도 고려해야 합니다. 실력 있는 공장을 찾아야 퀄리티 있는 게임이 나옵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보드게임 전문 제작사가 있는 중국, 독일 공장에서 제작해요.


Q. 이렇게 힘들여 만든 게임들, 솔직히 잘 팔리나요?


보드게임 시장이 생각보다 넓어요. 가장 대중성 있는 게임 중 하나인 ‘할리갈리’ 같은 경우에는 국내에서만 120만 개가 팔렸죠. 모든 게임이 다 잘 되는 건 아니지만요.


물론 홍보는 어려워요. 일반 온라인, 모바일 게임은 광고를 보는 즉시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보드게임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시연회 형태의 오프라인 광고에 많은 힘을 들이고 있어요.

만두게임즈는 지난 1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했다

Q. 하지만 최근에는 크라우드펀딩도 진행하셨죠.


‘파이어볼 아일랜드’라는 게임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어요. 이 게임은 저희가 그동안 만들어온 게임과 달라요. 전략 게임이 아닌 완구 형태로 보다 다이내믹한 재미를 줄 수 있지만 저희가 자체적으로 제작하기에는 가격대가 너무 높았아요. 감당하기 힘든 규모의 프로젝트였죠. 이걸 어떻게 소화시켜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펀딩을 떠올렸어요.


게임의 퀄리티가 워낙 좋아서 성공할 자신은 있었지만 일반 홍보, 유통 채널을 통하면 가격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요.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면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칠 필요 없이 수요를 파악하고, 바로 펀딩 서포터에게 배송할 수 있어 단가를 낮출 수 있죠.

2002년 보드게임 붐이 일면서 이듬해 전국에 200여 개의 보드게임카페가 생겨났다. 2006년에는 보드게임 지도사라는 직업이 생겼고, 관련 협회까지 만들어지면 시장이 성장하는 듯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거리에서 ‘보드게임카페’ 간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몇 년 전부터 또다시 보드게임 붐이 불고 있다고 설명했다.

Q. 보드게임 시장은 다시 성장하고 있는 걸까요?


2014년부터 다시 보드게임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어요. 2003년 2억 원 규모이던 코리안보드게임즈는 2013년 이후 250억 원 규모로 성장했어요.


시장의 규모가 커진 건 일시적인 ‘붐’이 불었기 때문이 아니라 보드게임 ‘문화’가 생겼기 때문이에요. 보드게임에 관심을 갖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문화가 만들어졌고 집에서 보드게임을 즐기거나 카페에 가도 종업원의 설명 없이 스스로 룰을 이해하고 고급 게임에 도전하는 시장이 만들어진 거죠.


Q. 보드게임 시장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저희는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아 이제 다들 태블릿PC로 게임을 하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오히려 시장은 커졌어요. 디지털이 발전하면서 오프라인의 감성, 함께 어울려서 노는 재미를 찾는 분들이 덩달아 많아진 거예요. 게다가 아이들의 교육과 실버 세대의 치매 예방 수단으로도 보드게임이 각광받고 있어요. 성인 어른들이 건전한 실내 여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 역시 성장세에 한몫하고 있고요.


시간이 갈수록 고급의 콘텐츠를 찾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나면서 게임을 제작하는 일도 더 까다로워졌어요. 하지만 이런 순환이 결국 이 보드게임 시장을 꾸준히 성장시킬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