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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20장 넘는 대사 ‘술술’…연극배우들의 암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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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40분 동안 무대에서 끊임없이 대사를 쏟아내는 연극배우들. 무대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자기 차례를 알려면 남의 대사도 알아야 하기에 배우들이 암기하는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최근 공연했거나 개막을 앞둔 연극작품 4개의 대본을 분석한 결과, 배역에 따라 개인당 A4용지 20장 분량, 8000자 가량의 대사를 소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대 배역 대사까지 다 암기하는 경우 분량은 A4용지 35장 4만 자까지 늘어납니다. 지문을 제외하고 60장을 넘기는 작품도 있습니다.

위부터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알랭을 연기하는 남경주의 대본, ‘레드’의 켄을 맡은 김도빈의 대본, ‘자기 앞의 생’에서 ‘로자’를 연기하는 이수미의 대본. 배경 지식이 필요한 단어, 문장과 관련된 내용은 물론 대사의 강조점, 감정 표현을 쓴 글도 있다. 국립극단·신시컴퍼니 제공

한 순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무대에서 대사를 소화해야 하는 배우들은 매번 처절하게 노력합니다. 연극 ‘대학살의 신’의 최정원(50)은 “배우들이 모여 대본을 읽고 녹음한 다음 차 안이나 집에서 무한 반복해 듣는다. 그러다 보면 상대 배역 대사까지 암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작품에서 남편 역을 맡은 남경주(55)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대본을 외우는 건 배우로서 중요한 약속”이라며 “다만 글자나 단어에 집중하기보다 중요 내용을 형광펜으로 표시하면서 상대 배우와의 대사 호흡을 생각하는 게 암기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사량이 많기로 유명한 연극 ‘레드’의 김도빈(37)은 아내에게 상대역 연기를 부탁하고 그 앞에서 연기를 펼치며 대사를 외운다고 합니다. 그는 “암기가 약한 편이라 대사보다는 상대 배우와의 상황을 먼저 외우는 방법을 택했다”고 했습니다. 

매우 집중

연극 ‘오이디푸스’에서 크레온 역을 맡아 오랜 시간 무대를 누비고 있는 최수형(40)은 “움직임이 많은 역할이라 대사 중간중간에 움직일 타이밍과 쉬어갈 음절, 동선까지 대본에 꼼꼼히 필기해 대사를 숙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사 암기에 왕도는 없다’는 베테랑 배우도 많습니다. ‘레드’에서 약 20쪽 분량을 소화하는 배우 정보석(57)은 “딱히 비결이랄 것 없이 자연스레 대사가 나올 때까지 그냥 ‘달달달’ 외운다”며 “외우는 과정에서 대본에 뭔가 썼다가도 금세 지워 대본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편”이라 말했습니다.


2월 22일 개막하는 연극 ‘자기 앞의 생’에서 로자 할머니 역을 맡은 양희경(65)도 “다 외워질 때까지 무조건 반복하는 방법 뿐”이라 말했습니다. 같은 역을 맡은 이수미(46) 역시 “머릿속에서 계속 작품의 장면을 떠올리며 반복하는 방법을 쓴다”고 했습니다. 이 배우는 “30년 이상 무대에 오른 선배들 중에는 뇌가 적응해서 대본을 카메라로 찍듯이 ‘캡처’ 하는 분도 있다. 피나는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 덧붙였습니다.


<이 기사는 동아일보 김기윤 기자의 A4 20장 분량의 연극 대사… 배우들은 어떻게 다 외우지? 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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