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코' 달고 고인 모시는 상조회사 직원들, 왜?

조회수 2019. 2. 6.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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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정장을 입고 고개 숙인 사람들, 하얀 꽃,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울음 소리… 장례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이런 것들일 겁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터부시하지 않고 삶의 과정 중 일부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영국 맨체스터에 기반을 둔 상조회사 코옵 퓨네럴케어(Co-op Funeralcare·이하 코옵)는 눈물 대신 웃음과 추억이 있는 장례식을 만들기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특별한 맞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처: Co-op Funeralcare

현지 매체들로부터 수 차례 주목받은 이 회사는 무지개 빛깔 영구차를 동원하기도 하고 직원들에게 빨간 넥타이와 빨간 루돌프 코를 착용시키기도 합니다. 조문객들에게 ‘올블랙’이 아닌 고인 취향의 옷을 입고 오라며 마치 파티처럼 드레스 코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코옵 측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특별한’ 장례식을 요구한 고객은 점점 늘어 이제는 전체 의뢰의 21%에 달한다고 합니다. 의뢰 다섯 건 중 한 건은 특별 장례식인 셈입니다. 


사측이 3만 여 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41%는 자신의 장례식이 슬픔으로 가득한 날이기보다는 지난 인생을 기념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자기 장례식 조문객들이 검은 옷 대신 화사한 옷을 입고 오길 원했습니다.

출처: Co-op Funeralcare

실제로 이 회사의 특별 장례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은 고인의 생전 직업이나 취미에 맞춘 테마 장례식에 만족했습니다. 


마술사였던 고인의 가족은 ‘마술사는 이제 천국으로 떠났으니 더 이상 마법을 부리기 위해 마술봉을 들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마술봉을 부러뜨리는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유독 좋아했다는 한 고인의 가족들은 푹푹 찌는 한여름에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분장을 하고 모여 사랑하는 고인과의 크리스마스 추억을 나누었습니다. 이 가족은 심지어 관 위에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리스 장식까지 올렸습니다. 


코옵 사는 그 외에도 맥도널드, 코미디, 게임 등 고인이 생전에 사랑했던 주제에 맞춰 다양한 테마 장례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사 디렉터 데이비드 콜링우드(David Collingwood)씨는 허핑턴포스트 영국판과의 인터뷰에서 “고인을 모시는 직원들의 넥타이 색을 바꿔주는 정도만으로도 고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다. 세상과 이별하는 날이 다가오기 전 미리 (어떤 장례식을 원하는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상의를 해 두면 남은 사람들의 슬픔을 덜어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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