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셰프 "환자라고 '먹방' 말라는 법 있나요?"

조회수 2019. 1. 25. 18: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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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라고 ‘먹방’ 하지 말라는 법 있나요?”

암과 싸우는 환자의 ‘먹방’을 상상할 수 있으신가요.


항암 투병을 하고 있는 ‘국내 1호 푸드 스타일리스트’란 수식어로 유명한 정신우 셰프(50)가 음식에 대한 단상을 담은 에세이를 펴냈습니다. ‘먹으면서 먹는 얘기할 때가 제일 좋아’라는 먹어본 자들이라면 손뼉을 치며 공감할만한 제목입니다.

정 셰프는 한국 음식업계에서 항상 화제를 몰고 다녔습니다. 배우로 활약했던 경력 덕분에 ‘훈남 셰프’로도 불렸던 그는 요리경연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014년 우연히 찾았던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았습니다.

출처: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신우 셰프가 16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최근 출간한 에세이집 ‘먹으면서 먹는 얘기할 때가 제일 좋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전통차와 향토음식에 큰 흥미를 갖고 공부하고 있다”는 그는 열의에 차 있었다.
“간단한 상처를 치료하러 갔는데 ‘흉선암’이란 진단을 받았어요. 심지어 길어야 15개월이란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머리가 하얘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투병을 시작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우울함이 몰려왔지만 정 셰프는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는 누워서 치료만 받을 게 아니라 직접 ‘항암 밥상’을 만들어 먹기로 결심했습니다. 자신이 만든 밥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반응이 왔습니다. “다른 환우들로부터 ‘이 음식이 정말 먹고 싶은데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는 것입니다.


몇몇 의학 전문가들은 “환자가 그렇게 먹으면 안 된다”고 걱정 어린 조언도 보내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먹는 즐거움을 되찾는 건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환자들은 소화기능이 떨어져 어차피 많이 먹을 수도 없다.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무조건 ‘먹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양념을 덜하거나 소화에 좋은 재료를 써서 환자가 먹고 싶은 음식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에세이에 굳이 항암에 대한 얘기는 본격적으로 싣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삼겹살과 짜장면, 소갈비 등 군침 돌지만 딱히 ‘건강’과 직결되진 않는 음식들을 주로 다뤘습니다.

“말 그대로 먹는 얘기 하는 게 제일 즐거워서 ‘인생 음식’에 대한 수다를 담았습니다”

그간 에세이 집필 외에도 본인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항암 콘서트’를 열며 많은 이들과 즐거움과 고단함을 함께 나눠온 정 셰프. 그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욱 바쁘게 지낼 계획입니다.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제대로 된 ‘먹방’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 이 기사는 동아일보 김기윤 기자의 <“항암밥상 먹방… 암도 먹는 즐거움 못 뺏죠”>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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