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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5천’ 공기업 다닐 때보다 취준생인 지금 더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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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에 금융공기업 직장인이 됐다. 직장이 자랑스러웠고, 선망의 대상이 되었지만 곧 불행해졌다. 


‘고졸’ 꼬리표를 떼기 위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돌아오는 건 욕심 많고 독하다는 뒷이야기였다. 


오랜 고민 끝에 퇴사를 하고, 버킷리스트 1위였던 428일간 6대륙 44개국 세계일주를 다녀왔다. 자신이 속해있던 세계가 전부가 아님을 배웠다.


직장생활의 고통을 토로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로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있는 꼬맹이여행자(@punytraveler_jye·장영은·27)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인 소개 부탁한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늦깎이 대학생 장영은입니다. 1월 17일 여행 에세이 ‘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를 출간하여 여행 작가가 되었지만, 여행 작가라기보다는 ‘취준생’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꼬맹이여행자, 세상에 흔적을 남기다.’를 운영하고 있고, ‘퇴사학교’라는 곳에서 강연하기도 했습니다.”


-‘꼬맹이여행자’, 필명이 독특하다.


“필리핀 배낭여행에서 만난 친구가 지어준 별명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학력, 대학, 직업 등 보여지는 가치로 저를 판단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여행지에서는 다르더라고요. 배경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요. 저는 그저 맥주와 망고를 좋아하는 한국에서 온 꼬맹이여행자일 뿐이었던 거에요.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겠다라는 생각에 블로그 필명을 ‘꼬맹이여행자’로 정했고, 20살 그때 그 마음을 간직하려고 이제까지 쓰고 있습니다.”

-여행 이후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무엇인가?


“여행을 기점으로 인생 1막과 2막이 나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여행 이전 반복되는 일상을 살던 고졸 취업자로서의 삶은 ‘무채색’이었어요. 20대 초반에 평범하게 경험하는 대학 생활이나 낭만이 없었으니까요. 여행을 통해서 조금씩 진짜 자신을 되찾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퇴사 당시에는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취업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후회할 거라고. 


그런데 저는 24세에 연봉 5000만 원을 받던 금융공기업 직원일 때보다 대학생인 지금이 훨씬 행복해요. 제 삶을 주체적으로 이뤄나가고 있으니까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이미 12개국 34도시를 혼자 여행했다는 것이 놀랍다.


“휴가나 연휴 기간을 이용해서 1년에 3번 정도 여행을 갔어요. 직장생활이 답답하니까 돌파구로써 떠났던 것 같아요.”


-여행 경비는 어떻게 마련했나?


“돈이 있어야 나중에라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월급을 받으면 60%이상은 꼭 저금했어요. 그렇게 5년간 모은 돈과 퇴직금을 합쳐 세계일주 경비 ‘2267만 6654 원’을 만들었습니다.”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해줄 만한 비현실적인 여행지가 있다면 추천 부탁한다.


“코카서스 3국 중 하나인 ‘조지아’요. 오즈의 마법사에도 나왔던 곳인데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에요. 물가는 하루 3만원 정도로 정말 저렴한데, 풍경이 설산이라 ‘리틀 스위스’라는 별명이 있는 곳이에요. 여름에 설산에 둘러싸여 산의 쾌적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겨울엔 너무 추우니까 여름 휴가 때 다녀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색다른 여행을 하는 팁이 있다면?


“ ‘카우치 서핑’ 추천합니다. 현지인들이 여행자에게 무료로 소파를 의미하는 카우치(couch)를 제공하는 여행자 커뮤니티에요. 무료로 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숙박비를 아끼기 위한 분들에게는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아무래도 남의 집에 신세를 지는 것이다 보니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거든요. 하지만 그들과 친구가 돼서 그 나라 문화와 사람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이용해보세요. 


저는 카우치 서핑을 통해 ‘선의는 돌고 돈다’는 것을 느꼈어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들과 투어를 떠나기도 했어요. 다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 호스트에 대한 후기는 꼼꼼히 살피시길 바랍니다.”  

'고졸사원' 편견에 힘들었어요

- ‘최초의 고졸사원’으로서 어린 나이에 금융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일은 어땠는가?


“행복하지 않았어요. 고졸 사원에 대한 편견과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일이 힘들었던 것은 아니에요. 이미 입사 5년차였고 승진 시험에 붙어서 대졸 직원과 같은 대우를 받을 정도였으니 일에 대한 적응은 마친지 오래였습니다. 


사실 고졸 취업자 친구들 중에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은 없어요. 우리나라의 고졸 사원에 대한 인식과 분위기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 

-어떤 내용의 강연을 하는가?

“저는 지금의 마음가짐으로 직장 생활을 했더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어쩌면 퇴사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래서 여행을 통해 배운, 직장을 다닐 때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 대해서 얘기를 해드려요. 단순히 매너리즘, 권태기에 빠진 거라면 그 자리를 긍정적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마음가짐 수업입니다.


-늦깎이 대학생으로 취업 준비 중인데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활동적인 일이 제게 잘 맞는 것 같아요. 마케팅 쪽에도 관심이 있고, 호텔경영학을 복수전공 하고 있어서 관광업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렇지만 다시 직장인이 되더라도 제 직업을 한 가지로 결정짓고 싶지는 않아요. 여행 에세이를 출간했지만 저를 여행 작가라기보다 ‘취준생’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에요. 직장을 다니면서 지금처럼 책도 쓰고 강연하고 유튜버로 활동할 수도 있고요. 다방면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실제 하고 싶은 일과 다른 직종에 종사하면서 도전을 망설이는 직장인들에게 조언한다면?


“무작정 덤비지 않는 거요. 퇴사 이전에 잠깐 백수가 돼도 괜찮을 정도의 돈을 모으면서 본인이 원하는 일에 대한 클래스를 듣거나 책을 읽어 보면서 적성에 맞는지 미리 경험해 보는 거죠. 요즘에는 무료 강연도 많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정말 많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는 건 결국 없어요. 아르바이트 한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해보다가 ‘올인’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실행하는 거죠. 저는 헛된 꿈을 심어주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현실적인 준비를 해뒀다면 도전하지 않을 이유는 진짜 없어요. 그 도전이 실패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고요. 사람이 꽃피는 시기는 다들 다른 거잖아요.”


강화영 동아닷컴 인턴기자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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