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GO "'굴'을 해변에 들이십시오, 해일 막아줍니다"

조회수 2019. 1. 20. 12: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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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여러분, ‘굴’을 해변에 들이십시오. 해일을 막아줍니다.”
출처: CNN Business

겨울철 별미인 ‘굴’로 오염된 해변을 정화하고 허리케인 피해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 비영리단체가 있습니다. 환경에 관심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이 모여 만든 단체 ‘10억 굴 프로젝트(The Billion Oyster Project·이하 굴 프로젝트)’인데요. 


굴 양식업자 집안에서 자란 피트 말리노프스키(Pete Malinowski) 대표를 중심으로 2014년 결성된 이 단체는 독특하게도 뉴욕 시 해변에 최대한 많은 ‘굴’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출처: CNN Business

말리노프스키 대표가 굴에 ‘꽂힌’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바로 굴이 가진 수질 정화 능력과 파도 조절 능력입니다.


다 자란 굴 한 개는 매일 약 189리터나 되는 바닷물을 정화할 수 있으며, 작은 굴들이 모여 산호초처럼 군락을 이루면 자연 방파제가 됩니다. 굴 덩어리가 육지를 향해 오는 파도를 미리 받아내며 위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 발생시 피해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팀원들은 인공 파도 환경을 재현한 실내 실험으로 굴 군락의 해일 피해 저감 효과를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출처: CNN Business

최근 CNN과 인터뷰한 말리노프스키 대표는 100여 년 전만 해도 뉴욕 해변에 굴이 가득했다고 말했습니다. 굴이 가득했으니 자연히 물고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신대륙’을 찾아 온 유럽 사람들은 사방에 널려 있는 굴을 대부분 먹어 없앴고, 굴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나 자연 방파제도 서서히 파괴됐습니다.


“굴은 19세기 뉴욕 명물이었죠. 어디든 굴이 널려 있었고 레몬즙만 뿌려 먹어도 맛이 기막혔으니까요. 뉴욕 사람들은 굴을 캐서 먹고, 식당에서 팔고, 해외에도 수출했습니다. 그렇게 굴은 점점 줄었고 수질이 오염되자 굴은 물론 해변 생태계도 같이 죽었어요.”


사람들이 굴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덮친 뒤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굴 군락을 비롯한 자연 방파제들이 파괴된 것이 해일 피해를 더 악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예전처럼 굴이 넘치는 해변으로 만들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말리노프스키 씨는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는 굴 방파제를 옛날 수준으로 회복시키려면 백 년이 넘게 걸릴지도 모르지만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출처: CNN Business
출처: CNN Business

굴 프로젝트는 또다른 비영리단체인 ‘살아있는 방파제(Living Breakwaters)’ 팀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습니다. 방파제 팀이 만든 바닷속 구조물 주변에 굴 팀이 블록을 설치해 구조물을 더 크고 견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30명 남짓한 굴 프로젝트 팀원들은 지금까지 3000만 여 개의 굴을 심었습니다. 뉴욕 시내 레스토랑 70여 곳과 여러 학교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레스토랑들은 굴 요리에 쓰고 남은 굴 껍데기를 기부했고, 학교 학생들은 자원봉사로 씨앗(아주 작은 새끼 굴)을 배양한 뒤 굴 껍데기에 붙여 사각 철망 안에 채워 블록을 만듭니다. 자기가 만든 굴 블록이 실제로 바다에 들어가는 장면을 지켜보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가득합니다.


말리노프스키 씨는 “어린 학생들이 도와주는 걸 보면 더욱 마음이 따뜻해져요. 우리가 하는 일이 환경은 물론 미래 세대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면 뿌듯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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