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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사람들은 조문 못 오게 해 주세요” 간호사의 마지막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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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랑해. 나 발견하면 우리 병원은 가지 말아줘. 병원 사람들은 (조문하러) 안 왔으면 좋겠어.”

1월 5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20대 간호사 A씨의 자필 유서 내용입니다.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그는 병원 동료들에 대한 원망을 시사하는 내용을 남겼습니다. 


때문에 그의 죽음이 이른바 ‘태움’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의 태움은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폭언이나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간호사 특유의 규율잡기를 뜻합니다.

출처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A씨가 ‘태움’을 당해 세상을 떠났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같은 문제가 자꾸 반복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2018년 2월에도 서울 아산병원에 근무하던 28세 젊은 간호사 B씨가 투신했으며 올해 1월 11일에는 전북에서 간호조무사 실습생 C씨(28)가 자신을 괴롭힌 동료들의 실명을 유서에 적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람을 살리겠다며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 간호사들 사이에서 괴롭힘이 횡행하는 안타까운 현실.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 727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명 중 1명 꼴(40.9%)로 태움에 시달렸다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정부는 2018년 3월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신입 간호사를 괴롭히는 사람은 의료면허를 정지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간호사 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신규간호사 교육을 전담하는 교육간호사를 배치하기로 했으나 1년 가량 지난 지금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출처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우선 정부 발표와 달리 지금도 태움 가해자는 면허가 정지되지 않습니다. 대책 발표 뒤 11개월이 지났지만 관련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 한 탓입니다.


간호사인권센터나 교육전담 간호사 제도도 유명무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괴롭히는 선배나 당하는 후배 모두 협회 회원”이라며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우니 협회 외부에 인권센터를 설치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교육전담 간호사는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국공립병원에 배치되지만 현재 전국 병원의 94%가 사립병원이라 큰 도움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은 ‘인력부족’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간호사 한 명이 돌보는 환자는 4명이 넘습니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두 배 많은 수준입니다. 인력 부족은 근로환경 악화로 이어지고, 가혹한 상황이 ‘태움’을 만드는 만큼 근로환경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건 맞지만, 사건이 터질 때만 잠시 요란법석을 떨며 대책을 쏟아낸 뒤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넘어가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젊은 간호사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올해부터는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동아일보 김윤종 기자의 <간호사 ‘태움’ 문화 그대로… ‘소 잃은 외양간’ 꼭 고쳐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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