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딱한 사정 알고 '구속 취소'..따뜻한 검사
피의자들을 볼 때마다 ‘이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보는 검사가 나였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정효민 검사)
정효민 서울동부지검 검사(37·사법연수원 39기)는 지난 2017년 경찰로부터 한 사건을 넘겨받았습니다. 여성 노숙자 A씨가 길에 놓여 있던 가방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히고, 주거가 일정치 않다는 이유로 구속된 사건이었습니다.
정 검사는 10년 노숙생활 동안 전과가 없던 A씨가 어쩌다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주목했습니다. A씨는 일하던 공장이 문을 닫자 직장을 잃었고, 이후 월세를 내지 못 해 집에서 쫓겨나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배고픔을 견디다 못 한 A씨는 가방에서 돈이라도 나오면 먹을 것을 사려고 했습니다.
정 검사는 2018년 8월 A씨의 구속을 취소하고 석방했습니다. 처벌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례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A씨는 정 검사 주선으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여성지원센터 생활관에서 살고 있으며 직장도 구했습니다.
사건만 처리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리려 한 정 검사의 따뜻함 덕에 한 사람의 인생이 변한 것입니다.
대검찰청은 ‘2018 따뜻한 검찰인상’에 정 검사를 선정했다고 1월 6일 밝혔습니다. 인천지검 추병권 수사관(54), 전주지검 오상근 수사관(54), 광주지검 채영미(45)·이건호 수사관(35)도 수상자로 뽑혔습니다.
추병권 수사관은 11년 동안 가족과 함께 인천의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무료 급식과 목욕 봉사 등을 해 오고 있습니다. 1992년 교도관에서 검찰수사관으로 전직한 오상근 수사관은 2018년 3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수형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오 수사관의 보살핌 덕에 수형자는 초등학교부터 대입 검정고시까지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20년 이상 검찰에서 헌신한 채영미 수사관은 종합민원실에서 민원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업무를 해 온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이건호 수사관은 자신이 체포해 수사했던 마약 투약자의 자살을 막았습니다. 2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투약자는 또 다시 마약에 손을 댔습니다. 이 수사관은 “목숨을 끊으려 한다”며 전화를 건 투약자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설득해 자수하도록 했습니다.
대검찰청은 2016년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하고 선행을 해 온 검찰공무원을 ‘따뜻한 검찰인’으로 선정해 격려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동아일보 정성택 기자의 <“마지막 검사가 나였으면”…노숙인 딱한 사정 듣고 구속 취소한 검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