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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선택지가 없잖아요"..'윤리적 소비'의 불편한 논리

조회수 2019. 7. 24. 11: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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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ettyImagesBank

윤리적 소비, 좁게는 공정무역 상품 구매를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가치 판단에 따라 의식적인 선택을 하는 걸 포괄한다.

물의를 빚은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보이콧(boycott)’도 윤리적 소비의 갈래다. 소비자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보이면 기업이 주춤하는 건 시간문제다. 미스터피자는 2016년 창업주 정우현 전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가맹점 인근 보복 출점, 친인척 계열사 끼워 넣기를 통한 부당 지원까지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 결과, 꾸준한 매출 하락으로 인해 상장 폐지 수순을 밟기 일보 직전이다. ‘갑질’ 문제는 대한항공 일가, 교촌치킨에서도 발견되었고, 비교적 최근에는 'TV조선' 대표 딸이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출처: pixabay

비단 ‘갑질’만이 보이콧의 원인은 아니다. 여직원 성폭행 파문으로 가구회사 '한샘'도 소비자의 불매 리스트에 올랐다. 외국 기업도 불매 운동에서 피하지 못했다. '유니클로'는 욱일승천기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해 뭇매를 맞았고, '이케아'도 ‘일본해’ 표기로 논란이 되었다.

출처: ⓒGettyImagesBank

오죽하면 기업들의 부정적 이슈가 끊이질 않자 불매 대상이 아닌 기업을 찾는 게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윤리적 소비 때문에 해당 기업의 물건은 구매하지 않겠다 결심하면서도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 게다가, ‘윤리적 소비’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은 날카롭다. 물의를 일으킨 기업인 줄 모르고 쓰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출처: ⓒGettyImages

문제는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소비자도 늘어났다는 점이다. 심지어 불매를 강요하는 분위기 때문에 영문도 모르고 불매에 참여하고 있어 거센 불매운동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있다. 가령, 외국 브랜드 제품을 잘못 사면 ‘매국노’소리를 듣게 되거나 ‘소비 의식 부재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불매운동이 하나의 트렌드인 건 맞지만 과할 경우 “반발심리”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태도나 의견에 대한 지지를 받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의 기본 심리다. 불매운동을 하는 소비자들이 강요나 협박으로 다른 사람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도 이런 심리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행태는 오히려 소비자간 의견 충돌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 교수는 "강요보다 설득으로 다른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자발적 동참으로 소비의식을 변화시켜야 불매운동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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