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원효대사 해골물'? 2만원짜리 신발 명품인 척 팔아보니..

조회수 2018. 12. 6. 10: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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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아르마니가 입점해 있던 자리에 새로 들어온 신발 브랜드 팔레시(Palessi)의 팝업스토어 개장일. 화려하게 꾸민 사람들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입장해 구경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SNS 좀 한다 하는 패션 인플루언서(influencer·인터넷 유명인)들로, 팔레시 브랜드의 초청을 받고 물건을 보러 온 사람들입니다.

출처: The Payless Experiment 유튜브 영상 캡처

인플루언서들은 먼지 한 톨 없이 반질반질한 진열대 위에 한 짝씩 놓인 신발을 감탄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지갑을 열었습니다.


신생 브랜드이지만 아르마니 매장이 있던 자리에 문을 열 정도면 잠재력 있는 하이패션 브랜드일 거라 여긴 것입니다. 디자인이 빼어나고 만듦새가 정교하며 역시 장인이 만든 신발은 다르다고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출처: The Payless Experiment 유튜브 영상 캡처

이들은 오픈 기념 세일가격 640달러(약 70만 원) 가격표가 붙어 있는 신발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득템’ 기념 촬영에 흔쾌히 응했습니다. 팔레시는 매장을 연 지 몇 시간 만에 3000달러(약 333만 원)어치의 제품을 팔았습니다.


그러나 팔레시 측은 물건을 산 사람들에게 곧바로 돈을 돌려주곤 ‘신발은 그냥 가지시라’며 선물했습니다. 알고 보니 팔레시는 미국 SPA브랜드 페이리스(Payless)가 이벤트 용으로 만든 가짜 상표였습니다. 


명품 매장 진열대에 놓여 있던 신발들은 최저가 20달러(약 2만원)짜리 페이리스 신발이었습니다. 비싼 줄 알았던 구두가 사실 2만원짜리 페이리스 제품이었다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라는 손님들의 모습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 특이한 판촉행사는 CBS뉴스 등 방송에도 소개됐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습니다. “‘저렴이’와 명품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마음먹기 달렸다. 내가 명품이라고 생각하고 쓰면 명품인 것”, “재미있고 실험적인 홍보 방법”이라며 즐거워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소비자를 조롱하는 것 같다”, “영상에 나온 인플루언서들은 팔로워 뚝 떨어지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기획 의도는 알겠지만, 그저 저기 나온 인플루언서들이 물건 보는 눈이 없었을 뿐이다. 본드로 붙인 20달러짜리 SPA브랜드 신발과 공들여 만든 신발이 똑같을 리 없지 않나. 가까이서 보면 바로 티가 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페이리스 관계자는 “우리 고객들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분들이다.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주도하는 요즘 시장은 물건이 가진 사용가치보다 이미지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점을 비틀어 볼 수 없을까 생각해서 도발적인 홍보 이벤트를 벌였다”라고 밝혔습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조차 명품으로 착각할 정도로 뛰어난 자사 제품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입니다.


미국판 ‘원효대사 해골물’이라 할 수 있는 페이리스 광고. 비록 찬반은 갈리지만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데 성공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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