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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카페에서는 전신마비 환자들이 서빙을 한다

조회수 2018. 12. 4. 16: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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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이 마비된 채 평생을 침대에 누워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이 ‘서빙’을 하는 카페가 있다. 몸을 못 움직이는데 어떻게 서빙을 하고 손님들을 맞이하느냐고? 이 같은 물음에 카페는 ‘로봇’으로 답한다.

출처: arca-gia.com 갈무리
카페 DAWN ver.β 홈페이지 화면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아카사카에 위치한 ‘던 베타(Dawn ver.β)’는 사람 대신 로봇이 주문을 받고 음료를 서빙하는 카페다.

카페에 들어서면 높이 120㎝ 정도의 로봇 오리히메-D(OriHime-D)가 손님을 맞이한다. 로봇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문을 받고 음료를 서빙하고 손님에게서 돈을 받아 계산까지 마친다.

로봇 서빙만으로도 다른 카페와 다른 특별함이 있는 곳이지만, 이 곳에는 한 가지 더 특별한 점이 있다. 그리고 이 특별함 때문에 소라뉴스24 등 일본 언론 역시 던 베타에 주목했다.

이 로봇은 루게릭병(근위축측삭경화·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이나 척수손상 등 병 때문에 마음대로 거동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직접 조종한다.

출처: 分身ロボットコミュニケーション協会 유튜브 영상 갈무리
카페에서 일하는 로봇(왼쪽)은 환자들이 직접 원격조종한다.

환자들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한다. 모니터 안에서 시선을 돌려 로봇의 고개를 돌리기도 하고, 로봇을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로봇 손으로 음료 컵을 집어 손님에게 건넨다. 모니터에 떠있는 문자 판에 글씨를 입력해 로봇이 손님에게 말을 건네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조종은 환자 집이나 병원의 침대 안에서 이루어 진다. 센서가 환자의 시선 이동을 파악해 로봇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던 베타는 오리히메-D를 개발한 오리(Ory), NPO 일본재단, 전일본공수(ANA)가 전신 마비 환자들을 돕기 위한 취지로 함께 만들었다. 그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의 응원으로 카페 개장에 앞서 진행한 크라우드펀딩에서는 150만 엔(약1471만 원)이라는 목표액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 모였다.


카페에서 일하는 로봇은 총 5대이며 이를 조종하는 직원은 10명. 앞서 언급했듯 루게릭병, 척추손상 등으로 전신마비로 고통받는 이들이다. 이 직원들은 시급 1000엔(한화 약 9807원)을 받는다. 환자이자 직원인 이들은 일을 통해 돈을 버는 것뿐 아니라, 침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카페의 디자인 등은 과거 2008년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이브의 시간>을 본떠왔는데, 이 작품이 안드로이드 로봇과 인간이 동등하게 어울릴 수 있는 카페 ‘이브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도 의미를 갖는다. 로봇과 사람, 그리고 환자와 비환자들이 모두 함께 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묻어난다.


다만 던 베타는 아직 ‘베타 버전’으로 11월 26일~30일, 12월 3일~7일 간 제한적으로 운영한다. 많은 이들은 이번 베타 운영에서의 성과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식 카페가 개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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