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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문제 다 푸니 밤 10시…진짜로 수능 끝!

'13시간 3분' 동안 시험 친 김하선 양
잡화점 작성일자2018.11.20. | 6,716  view

2019년 대학수학능력에서 수험생 모두를 경악에 빠뜨린 국어영역, 문제 난이도 자체가 어려웠던 것도 있지만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지문 길이’였습니다. 이전 수능에 비해 곱절로 길어진 지문이 수험생을 당황케 한 겁니다. 눈으로 읽기에도 벅찼던 국어 영역은 점자 문제지를 받은 김하선 양에게도 고역이었습니다. 

김하선 양이 푼 점자 문제지

수능 당일(11월 15일) 다른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8시 10분까지 고사장에 입실했지만 나오는 시간은 달랐습니다. 그녀가 시험을 친 시간은 13시간 3분으로 전국에서 가장 늦게까지 수능을 치렀습니다. 271페이지의 점자 수능 문제지 중 100페이지가 국어영역이었습니다. 


시각장애 수험생은 컴퓨터의 음성 지원을 받아 시험을 칠 수 있지만 하선 양에게는 그마저도 불가능했습니다. 눈뿐만 아니라 귀까지 좋지 않은 시청각 장애인이기 때문입니다. 100페이지 모두를 점자로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으로 쓰면서 계산할 수 없다 보니 두 자릿수 곱하기 두 자릿수 정도는 무조건 암산으로 풀어냅니다. 지문을 읽는 그의 손끝은 스치는 수준으로 빠릅니다.


“국어 지문이 정말 정말 길더라고요. 끝까지 다 풀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풀긴 다 풀었어요.”


최고난도인 국어 31번 문제는 어떻게 했냐고 묻자 “그건, 찍었다”며 배시시 웃었습니다.


불리한 신체조건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하선 양은 제2외국어까지 전 과목을 응시했습니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하선 양은 어둑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왔습니다. 아무도 서 있지 않은 곳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딸을 향해 아빠가 먼저 달려갔습니다. 하선 양은 아빠 품에 안겨 개운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습니다.

하선 양 부모님이 딸의 이상을 느낀 건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아이가 걱정된 부모님이 이비인후과를 찾아가니 병원은 오히려 안과에 가 보라고 권했습니다. 


아이가 앓고 있던 병은 망막의 암 덩어리가 점점 커지는 ‘망막모세포종양’이었습니다. 이 세포가 뇌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기에 안구를 적출해 암세포를 막아야 했습니다. 청력검사 결과마저도 좋지 않았습니다. 하선 양은 120dB(데시벨) 이상의 소리에만 반응했습니다.  

당시 희망적인 답변을 내놓은 의사는 없었습니다. 하선 양이 말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포기하지 않고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으려 했습니다. 딸이 호전되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정성이 통했는지 하선 양은 말을 시작하게 되었고 맹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 서울 시내 주요 대학 6곳에 원서를 냈습니다. 

하선 양의 최종적인 꿈은 ‘교육제도’를 바꾸는 겁니다. 6개 원서 모두에 교육학과를 적었고, 진학후에는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다고 합니다. 나아가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위해 좋은 교육제도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김수연 양

2016년에도 하선 양과 같은 시간에 수능시험을 끝낸 시각장애인 김수연 양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선천성 시신경 위축을 앓았고, 역시 점자로 학습했습니다. 수연 양은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자유전공학부에 당당히 합격했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 글은 동아일보 기사 <밤 10시 수능 끝! 271쪽 점자 문제 다 풀었다>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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