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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 드 프랑스 사상 최초 7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 1990년대 '미국의 영웅'으로 불리던 그는 '혈액 도핑'이 적발돼 왕좌에서 추락했습니다. 암스트롱은 경기 전 자가수혈이나 약물로 적혈구 수를 늘려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려 했습니다.

암스트롱의 사례처럼 세간에는 건강한 피를 몸에 넣으면 몸이 좋아진다는, 일명 '회춘 치료'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마치 중세 시대 흡혈귀 전설처럼 들리는 말이지만 노화 극복은 과학자들도 관심 갖고 있는 분야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논란을 일으킨 스타트업 ‘암브로시아 메디컬(Ambrosia Medical)’ 설립자 제시 카마진(Jesse Karmazin)은 이에 착안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스 신들이 먹는다는 음식 ‘암브로시아’에서 회사 이름을 따 온 카마진은 올해 가을 뉴욕에 클리닉을 열었습니다. 현재 암브로시아 메디컬은 뉴욕 시내 병원들과 투자자들을 모집하며 사업 확장 중입니다.

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와의 인터뷰에서 “나이 든 고객의 혈관에 젊은 혈액기증자들의 신선한 혈액·혈장을 채움으로써 노화를 극복하고 신체 장기를 되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젊은 사람의 피를 나이 든 고객에게 수혈하는 것 자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합법적 행위입니다.

900만 원 내고 산 ‘젊은 피’…효과는 미지수

카마진은 2017년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으나 구체적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임상시험에는 35세부터 92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지원자 81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각 8000달러(약 900만원)을 참가비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젊은 피를 수혈하면 정말로 젊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캘리포니아대학교 이리나 콘보이(Irina Conboy) 교수 연구팀은 2005년 젊은 쥐와 늙은 쥐의 혈관을 연결(개체결합·parabiosis)하자 늙은 쥐의 건강이 좋아졌다는 실험 결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들은 정말 혈액이 '회춘'의 열쇠를 쥐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2016년 혈관 연결 없이 혈액만 주사하는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젊은 쥐의 피를 수혈하자 늙은 쥐의 근육조직 상태가 다소 좋아졌으나 노화된 뇌 신경이 회복되지는 않았습니다. 한편 늙은 쥐의 피를 받은 젊은 쥐는 급격히 쇠약해졌습니다.

연구팀은 “나이 든 쥐의 피 속에 있던 노화요인 물질 농도가 젊은 피 덕에 희석되면서 약간의 건강개선 효과가 나타났지만, 혈액 주사로 이미 진행된 노화를 되돌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2014년 뇌과학자 토니 위스 코리(Tony Wyss-Coray)역시 “(수혈이 노화를 근본적으로 막아준다는) 임상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혈액주사에 회춘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부족한데다 생명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반대 여론도 있지만 이 회사의 행보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암브로시아 메디컬 최고운영책임자(COO) 데이빗 캐벌리어(David Cavalier)는 “수혈 문의가 일주일에 100여 건 들어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