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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리고 베이고 넘어지고…환경미화원 작업현장 동행해보니

잡화점 작성일자2018.11.18. | 1,989  view

“무게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봉투가 많아요. 허리 삐끗하는 건 늘 있는 일이죠.” 


11월 12일 저녁 9시, 환경미화원 서광원 씨(54)는 인천 중구 도원역 인근 골목길에서 리어카를 끌며 하루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작업준비 하는 장소는 따로 없습니다. 집에서 작업복을 입고 나왔다는 그는 리어카를 끌고 빠른 걸음으로 쓰레기봉투를 싣고 내리길 반복했습니다.


서 씨는 가정과 상점에서 내놓은 일반쓰레기, 재활용품, 폐기물을 수집해 운반하는 위탁업체의 미화원입니다. 전국 환경미화원의 절반 이상(56.2%)이 서 씨처럼 위탁업체 소속입니다.

환경미화원 서광원 씨가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인천 중구 도원역 일대에서 쓰레기 수집·운반 작업을 하고 있다.

source :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환경미화원 사망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최근 정부는 환경미화원 노동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사망한 환경미화원 18명 중 16명이 위탁업체 소속입니다. 이들의 작업환경이 어떤지 현장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 주6일 작업, 넘어지고 베이는 건 일상


환경미화원은 작업 유형에 따라 낮에 도로를 청소하는 미화원과 서 씨처럼 밤에 쓰레기봉투를 운반하는 미화원으로 나뉩니다. 도로 청소미화원은 오전 5~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하며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적 작업 환경이 좋다는 평이 있어 모집 경쟁률도 높습니다.


반면 쓰레기 운반 미화원은 밤부터 새벽까지 작업합니다. 서 씨의 경우 오전 4~5시는 돼야 일이 끝납니다. ‘왜 쓰레기를 안 치워가느냐’는 주민 민원이 있어 토요일 하루를 빼고 주6일 작업하기도 합니다.

source :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그는 리어카 작업을 ‘전반전’이라 설명했습니다. 골목길 쓰레기 봉투와 재활용품 등을 수집해 차량이 다닐 수 있는 큰 길까지 내놓는 일입니다. 5층 이하 빌라들이 오밀조밀 모인 동네는 골목길이 많아 쓰레기 수거차량이 돌아다니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정 무렵부터 시작하는 ‘후반전’에는 모아 둔 쓰레기를 차량에 싣는 일을 합니다.


500m를 채 돌지 않았는데도 리어카엔 쓰레기들이 꽉 찼습니다. 쓰레기 봉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작업은 쉴 틈이 없었고, 무게를 전혀 가늠할 수 없는 50L나 100L짜리 봉투도 많았습니다. 조개나 굴 껍데기가 가득 들어 악취를 풍기는 봉투는 혼자 힘으론 꿈쩍도 안 할 정도로 무거웠습니다.


서 씨는 “몸을 제대로 풀지 않고 야외에서 작업하니 넘어지는 일도 많아요. 봉투를 뚫고 나온 날카로운 물체에 손을 찔리거나 베이는 일도 다반사”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미화원 조 모씨(54)는 차가 올라가지 못 할 정도로 가파른 언덕이 많은 동네에서 일하다 올해 초 빙판길에 미끄러져 등이 까지는 부상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차량에 매달려 다녀야 하는 ‘후반전’ 작업은 도로 위 차들, 그리고 매연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먼지복’이라 부르는 옷을 한 겹 더 입고 방한마스크를 쓴 서 씨는 전반전에 모아 둔 쓰레기 봉투를 던져 넣으며 “도로 옆을 지나는 차들을 피하려다 엉덩방아를 찧기도 해요”라고 말했습니다.


미화원들이 올라타는 차량 뒤편 발판에는 안전장치가 따로 없습니다. 차가 급하게 회전하거나 출발하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넘어지고 떨어지는 사고는 미화원들이 가장 자주 입는 부상입니다. 2015~2017년 3년간 산업재해를 입은 환경미화원 1822명 중 넘어지거나 떨어진 경우는 35.5%(646명)이었습니다. 야외작업 중 뇌실혈관질환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경우가 15.3%(279명), 도로교통사고는 11.3%(205명)로 나타났습니다.

source :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한 해 평균 600여 명 산재…미화원들 ”일부일 뿐”


매 년 평균 600여 명이 산재를 당하고 있지만 환경미화원들은 산재로 처리되지 않은 사례가 많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위탁업체에서 공상처리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업무 중 부상을 산재로 처리하면 산재발생 사업장으로 분류돼 근로감독을 받을 수 있고 보험료도 올라갑니다. 공상처리는 적은 금액으로도 합의가 가능합니다. 서 씨의 동료 A씨도 다리 골절상을 당했지만 산재 신청을 하지 못했습니다.


사고로부터 환경미화원들을 보호해 줄 안전장치도 미흡합니다. 매연이나 미세먼지에 늘 노출돼 있지만 한 달에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없는 방한마스크 10개만 지급됩니다. 장갑도 하루 일하면 땀으로 다 젖어버리지만 한 달에 20개만 지급됩니다. 휴게 공간도 없어 서 씨는 1시간 작업 뒤 땅바닥에 앉아 5분 정도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휴식을 대신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위탁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차에 치여 사망하고, 올해 2월에도 청소차량 컨테이너 교체 작업 중 유압장비에 끼여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8월 노동환경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현재 38% 수준인 주간 근무 비율을 50%까지 높이고 청소차 후방 카메라와 같은 안전장치 설치, 기본급 인상 등이 주요 대책입니다. 


행정안전부는 14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환경미화원 근무환경 개선협의회’를 꾸렸고, 고용노동부는 이달부터 환경미화 사업장 110개소를 대상으로 산재 예방을 위한 기획 감독에 들어갔습니다.


서 씨는 임금 인상보다도 근로 환경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돈을 더 벌어도 지금과 같은 근로환경이면 무의미해요. 친구들을 만날 시간도 없이 일하다보니 점점 외톨이가 되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답게 살고 싶은 게 우리의 소망입니다.”


※ 동아일보 박은서 기자의 <“넘어지고 베이는 일은 일상”…환경미화원 작업 현장, 동행 취재해보니>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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