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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가 먹은 ‘최후의 만찬’ 파는 레스토랑

심오함과 불쾌함 사이 그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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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형수들은 형장에 들어서기 전 원하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곧 이승을 떠나게 되니 마지막으로 좋아하던 음식이라도 마음껏 먹으라는 자비인 셈입니다. 푸짐한 스테이크 정식을 요구하는 사형수도 있고, 빵 한 조각이나 햄버거를 주문하는 사형수도 있습니다. 흔한 음식들이지만 한 인간이 죽음 앞에서 선택한 것이라 생각하면 왠지 숙연해집니다.


최근 일본에는 이 ‘최후의 만찬’을 파는 팝업레스토랑이 생겨 화제를 모았습니다. 


핼러윈데이를 앞둔 10월 14일부터 28일까지 한정 영업한 ‘인간 레스토랑(人間レストラン)’은 도쿄 신주쿠 구 가부키쵸 북센터에서 손님들을 맞이했습니다. 콘크리트와 철 구조물, 합판이 그대로 노출된 실내에는 너저분한 살림살이와 으스스한 사람 조각상은 물론 살아있는 닭까지 ‘전시’됐습니다.

출처'Chim↑Pom' 멤버 에일리(エリイ) 트위터(@ellieille)

출처'Chim↑Pom' 멤버 에일리(エリイ) 트위터(@ellieille)

모든 메뉴는 미국 사형수들이 주문했던 실제 요리로, 메뉴 이름도 사형수에게서 따 왔습니다. 일례로 으깬 감자와 삶은 계란을 곁들인 햄버거 세트 ‘게리 마크 길모어(Gary Mark Gilmore)’는 미국 유타 주에서 무장강도 및 살인을 저질러 사형에 처해진 죄수의 이름입니다. 메뉴판에는 음식 사진과 사형수 얼굴 사진이 같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레스토랑 메뉴판. 연쇄살인마 존 웨인 게이시의 사진과 함께 범죄 행적이 적혀 있다.

출처twitter(@jiritsusinn)

이 기발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레스토랑을 연 이들은 예술가 그룹 ‘침 폼(Chim↑Pom)’입니다. 2005년 20대 예술가 여섯 명이 모여 결성한 침 폼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 유명 화가 오카모토 타로의 벽화에 반(反)원전 메시지를 덧붙이는 파격행위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전위적 예술을 추구하는 이들은 지금도 ‘일본 예술계의 문제아’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인간 레스토랑'에 설치된 식권 발급기.

출처'Chim↑Pom' 멤버 에일리(エリイ) 트위터(@ellieille)

손님들의 평가는 다양합니다. “인생이란 이렇게 심오한 것이었던가. 이 레스토랑에 다녀오니 살아갈 의욕이 솟는다”, “독특한 체험이었다”는 긍정적 반응도 많았으나 “소화가 안 될 듯 하다”, “죽음을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왜 이런 레스토랑을 기획했을까요. 침 폼 측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인간 레스토랑’은 음식보다 사상(事象·사실과 현상)이 주가 되는 가게입니다. 인생의 메인 디쉬는 인간입니다. 식사와 함께 ‘인간’을 즐겨 주십시오. 오늘도 인간은 인간을 영양분으로 삼아 매일매일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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