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린 헬멧.. 불길 뚫고 아이 구한 '영웅'들
천장과 벽에 시뻘건 불길이 붙어 있었고 연기가 자욱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5시 17분경 강원 홍천소방서에 화재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불이 난 빌라 4층 집에 3세 아이가 혼자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후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4명의 인명 구조대원과 2명의 화재 진압대원은 4층 출입문을 통해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겨우 안방까지 진입한 대원들은 의식을 잃은 채 이불 위에 쓰러져 있는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김 팀장은 “아이가 호흡은 하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보조 마스크를 씌운 뒤 지체 없이 아이를 안고 아래로 내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구급대원에게 아이를 인계한 시각은 오후 5시 38분. 신고 접수 21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응급처치를 받은 아이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의식을 찾았습니다.
아이를 안고 어떻게 4층에서 뛰어내려 왔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요.
아이를 구조한 김 팀장은 “아이를 안고 내려와 구급대원에게 인계한 다음 바로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고 말했습니다.
“1만 건이 넘는 구조 및 화재 현장을 다녔지만 이날이 가장 긴박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는 김 팀장은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구조대원들의 진입을 돕다 뺨에 가로 2cm, 세로 3cm 크기의 2도 화상을 입은 박동천 소방장은 “진화 당시에는 상황이 너무 긴박해 다친 줄도 몰랐다”며 “화상을 입었지만 아이를 살린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아내린 그의 헬멧이 당시 상황을 보여줍니다.
‘진정한 영웅’을 위하여.
29일 오전 장난감 소방차 선물을 들고 병원을 찾은 구조대원들은 곤히 잠든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고 안도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전하는 아이 부모의 모습에 대원들의 눈시울도 붉어졌습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익명의 서울 시민으로부터 피자와 치킨 보따리가 배달됐습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잡화점도 함께 감사를 전합니다.
※ 이 기사는 동아일보 이인모 기자의 <“불길속 아이 안고 달릴때 기억 안나… 얼굴 화상도 그땐 몰랐죠”>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