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그리는 어른, 12만 어른이를 열광시키다
안녕하세요. 저는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크리에이터, 심다은입니다.
인스타그램에 12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림일기 계정이 있다. 일상을 그린 그림일기로 839만6007원의 텀블벅 펀딩(목표금액의 209%)을 달성해 책을 출간하고 다양한 굿즈를 만들었다. 이번 달에는 그림 일기 그리는 법까지 강연한다.
많은 사람들이 더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로 그렸으면 좋겠다는 오늘의다은(@todaydaeun·심다은·23)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림일기를 그리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2년 동안 휴학하게 되면서 그림을 꾸준히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창작이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일상에서 쉽게 관찰하여 그릴 수 있는 소재로 일기를 고르게 됐다. 처음에는 페이스북에 업로드했는데, 주변에서 인스타그램에 올려보라고 추천해줘서 시작하게 됐다.
-그림일기를 그리고 나서 바뀌게 된 점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일들을 재미있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거 같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하루를 재미있게 살려고 다채로운 사건들을 찾아다니게 됐다.
또 예전에는 좋지 않은 일, 짜증나는 일들을 겪으면 기분이 안 좋았었는데 그림일기를 그리고 나서부터 에피소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런 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게 되었다.
-거의 매일 그림일기를 올리고 있는데 힘든 점은 없는가?
작년에서 올해 초까지는 ‘매일 그리고 싶다’라는 목표가 있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기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좋은 일들만 기록하게 되는 자신을 보면서 진짜 내 일기가 맞을까? 라는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낙서나 메모장에 혼자 기록하고 많이 힘든 날은 쉬어가는 날로 조정하고 나서 이런 고민들이 많이 사라졌던 것 같다.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는가?
댓글을 보면서 많은 힘을 얻는다. 특정 소재에 관한 이야기를 남겼을 때 사람들이 본인의 사연을 솔직하게 댓글로 남겨주면 특히 보람을 얻게 되는 것 같다.
-그림일기 그리는 일을 추천하고 싶은 대상이 있는가?
자신의 삶이 무료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그렸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이라고 느껴질 때도 막상 일기를 그려보면 종이 한 장은 채울 수 있을 때가 많다. 오늘은 무엇을 했는지 그 변화를 기록하다 보면 의외로 힐링이 된다.
-텀블벅에서 여행 그림일기로 크라우드펀딩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여행을 좋아해서 작업이랑 연결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물이 없는 상태에서 후원을 통해 여행을 다녀오고 그 결과물을 만들어 내겠다는 조금 다른 방식의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내가 들려줄 이야기를 믿고 그 이야기에 투자해 줄 사람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다른 크라우드펀딩 계획이나 프로젝트 계획이 있는가?
처음에는 조그만 달력을 만들고 싶었다. 2019년 달력은 빠듯할 거 같아서 시간을 투자해 다른 프로젝트를 생각해보고 있다. 또 지금의 그림일기는 매일 현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과거의 추억을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강연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항상 강연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사람들이 그림일기를 통해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컸다. 현재는 온라인에서만 강연을 진행하지만 오프라인도 생각이 있다. 그러려면 디지털이 아니라 손그림의 맛을 살리는 시간을 준비해야 할 거 같다.(웃음)
학생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다. 진로 고민 시기가 길어서 비슷한 분들과 이야기한다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미래의 목표가 궁금하다.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재미있게 사는 것이다. 그 목표를 이루는 방식으로 지금처럼 사람들과 내 얘기를 나누면서 살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분들이 일기를 그리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 생각하던 일기는 방학숙제로 억지로 몰아서 하는 부정적인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하루하루의 소소함을 재미있게 담다 보니 밀린다는 느낌 자체가 생길 수가 없다. 부담이 된다면 기억하고 싶은 날을 기록하는 용도로 써도 좋을 거 같다. 내 하루가 보잘것없지 않다는 것을 일기를 통해 느끼길 바란다.
백윤지 동아닷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