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재미없죠".. 벤처사업 시작한 의사선생님

조회수 2018. 10. 18.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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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치과는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재미가 없었죠.

안정적인 치과의사로서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불안정한 사업을 시작한 한 남자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치약, 치아미백제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매출 0원에서 매출 10억 원(올해 4분기 기준)을 만든 바이오 기업 ㈜쿼럼바이오 심재현 대표의 이야기 입니다.

심재현 ㈜쿼럼바이오 대표.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번듯한 치과의 원장 자리에 오른 심 대표. 하지만 그는 지금 치과보다는 사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직업이 있음에도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그는 “치과의사로서 안정적인 삶보다는 우리가 연구를 해서 남들이 밝혀내지 못한 것을 밝혀낸다는 게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대학에서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 그는 ‘쿼럼센싱’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쿼럼센싱 설명.

세균은 자신들의 힘이 약할 때에는 인간의 몸 안에서 조용히 번식만 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정족수(쿼럼·Quorum)가 모였다는 것을 인식(센싱·Sensing)하면 세균막을 형성하고, 질병인자를 배출해 인간을 공격합니다. 이게 바로 쿼럼센싱입니다.

하지만 이 쿼럼센싱을 반대로 이용하면 어떨까요?

심 대표는 영화 <매트릭스>를 예로 들었습니다. 주인공 네오가 적들의 '비밀코드'를 알아낸 뒤 한번에 역전해서 적을 제압하는 것처럼, 세균들의 소통 매커니즘인 쿼럼센싱을 억제해 세균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그는 쿼럼센싱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쿼럼바이오가 태어났죠.

더불어 최근 연구에서 항생제 내성의 원인이 바로 쿼럼센싱과 세균막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항생제 내성의 원인이 밝혀지면 치료를 위해 더 강력한 약을 투여해야만 하는 항생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또 쿼럼센싱 억제제를 통해 유용세균은 보존하고 유해세균은 억제할 수 있는, 선별적인 세균 억제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중입니다.

쿼럼바이오에게는 내성이 생기지 않는 개량 신약과 충치 예방 사탕 등을 개발하겠다는 미래 사업 목표가 생긴 셈입니다.

하지만 사업이 마냥 쉬웠던 건 아닙니다. 연구개발과 사업은 다르니까요.

사업이 이런 것 인줄 알았다면 시작도 안했을 겁니다. 이혼의 위기도 있었죠.

웃음기 섞인 심 대표의 농담에는 그동안의 사업 애환이 담겨 있는 듯 했습니다. 돈과 시간이 문제였습니다.

“제가 사업에 무한정 돈을 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가정의 위기가 왔었죠. 또 일이 너무 많아서 맨날 새벽 3~4시에 퇴근했으니까요. 거기다가 주말까지 잠도 못 자고 일하다 보니 위기가 온 적이 되게 많았어요.”

더구나 바이오 기업 특성상 심 대표에게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이 언제나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바이오기업은 바로바로 매출이 나오지 않습니다. 때문에 보수적인 성향의 벤처캐피털 투자유치가 힘들었죠.

골머리를 앓던 그 때, 그는 벤처캐피털이 아닌 일반 대중들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와디즈 펀딩 화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진행하는 투자형 펀딩(Wadiz Public Offering)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벤처캐피털보다 조금 더 리스크가 있더라도 투자에 적극적인 성향을 보였기에 이 같은 투자유치가 가능했습니다.

“아, 이거다!”

펀딩만 성공한다면 새로운 자금 활로가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 특별한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론 투자자들의 마음을 설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업 비전을 대중에게 설명하여 확신을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투자설명회를 열고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쿼럼바이오의 새로운 기술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쿼럼바이오는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연속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350명의 주주를 얻었습니다.

주주가 350명이나 되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는 “오히려 사업하는 데 훨씬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렇게 주주가 많은 것은 특별한 현상이죠. 하지만 저는 사업하는 데 문제가 생기면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주주 분들도 직접 도움을 주시려고 하시고 실제로 저희는 그 도움을 받아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으니까요.”
심 대표의 연구실에 붙어있는 메모.

열심히 달린 덕분에 그의 팀은 새로운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고 사업 다각화까지 이루어냈습니다. 마케팅 법인 조직도 따로 만들어 팀의 덩치도 키우고 있고, 10억 원 가까운 계약 매출도 냈습니다. 이대로 성장을 이어가 2020년에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주주들과의 좋은 인연 덕분에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꿈을 이루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정리=‌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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