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든 '폐차 앱' 반응 좋았는데..이젠 전과자 될 판"

조회수 2018. 10. 19.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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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불법 업체 맞죠? 사업 언제 그만둘 겁니까?”


2015년 5월 스마트폰 앱으로 폐차 비교견적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 ‘조인스오토’를 창업한 윤석민 대표에게는 심심찮게 협박성 전화가 걸려옵니다. 폐차 업자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협회와 소속 회원사들로부터 오는 전화입니다. 윤 대표는 매번 “온라인 폐차견적 서비스 합법 여부를 정부가 검토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읍소하고 있습니다.

윤석민 조인스오토 대표가 10월 12일 서울 동대문구의 사무실에서 서울지검으로부터 기소유예를 통보받은 서류를 들고 고민하고 있다. 서류상 사무실은 서울 강남구에 있지만 밀린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현재 지인의 사무실 일부를 빌려 쓰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전과자 만드는 규제


윤석민 대표가 만든 조인스오토는 모바일 앱에 폐차 정보를 올리면 여러 폐차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을 수 있고, 부품업체들도 손쉽게 중고 부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한 온라인 알선 서비스입니다.


윤 대표는 국내 폐차 시장의 ‘깜깜이 구조’때문에 폐차 앱 서비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연간 79만 대가 폐차되고 이 차들에서 나오는 중고 부품 거래액도 연간 2조 원에 이를 정도로 폐차시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폐차 정보를 인터넷 검색이나 길거리 명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습니다.


폐차를 원하는 소비자보다 폐차업자가 우위에 있는 시장이기에 가격도 업체, 소재지, 담당자에 따라 들쑥날쑥합니다. 폐차업(자동차해체재활용업) 등록을 하지 않은 불법 업자들이 폐차를 중고차로 둔갑시켜 재판매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부품업체들도 전국 폐차장이 보유하고 있는 부품 정보를 얻기 어려워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하는 등 불필요한 비용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소비자와 업체를 한번에 연결해 주는 윤 대표의 폐차 앱 서비스는 출시되자마자 관심을 끌었습니다. 서비스 1년 만에 앱에서 거래되는 폐차 대수는 월 300대에 달했고 직원도 5명까지 두었습니다.

하지만 순조롭던 사업은 2018년 4월 폐차업계로부터 불법영업으로 고소를 당하며 휘청였습니다. 폐차 업자들은 ‘폐차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폐차를 모집하고, 온·오프라인에서 폐차 알선 행위를 금지하는’ 현행법을 앞세웠습니다. 윤 대표는 최근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유죄를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불법 영업’이라는 딱지를 떼고자 폐차업 등록도 검토했으나 오프라인 영업시설을 갖추라는 요건이 있는 등 스타트업으로서는 진입장벽이 높았습니다. 결국 거래 규모가 10분의 1로 줄어들며 직원들도 다 떠났고 사업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을 유지하려 집을 팔아 전세로 옮기고 대출까지 받으며 7000만 원을 끌어다 썼습니다.


윤 대표는 “폐차 거래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규제와 기득권 반발 때문에 전과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매달 70만 원이 넘는 빚을 갚으려 ‘투잡’을 뛰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탄했습니다.

● 폐차 알선, 왜 불법으로 규정됐나 


온·오프라인 폐차 알선 거래는 왜 불법으로 규정됐을까요. 정부는 “알선 과정에서 폐차 업체들이 매수 물건을 즉시 폐차하지 않고 중고차로 둔갑시켜 재판매하는 불법행위를 양산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폐차업체들이 이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차량 매입가격을 올리면 비용 부담을 만회하기 위해 불법으로 폐차 유통을 저지를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업체의 불법행위를 온라인 폐차 중개업체에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만 가지고 온라인 폐차 거래업체의 거래 및 알선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폐차 플랫폼이 허가받은 폐차업체와만 거래하도록 하고, 폐차까지 이뤄지는지 관리감독할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여지가 충분함에도 일단 규제부터 하고 보는 것은 전형적인 관료적 행태”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폐차 온라인 알선을 허용하면 폐차돼야 할 차들이 중고차 시장에 흘러들 우려가 크다. 소비자들이 이런 차를 사면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결국 국민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재 지자체에서도 폐차업체가 제대로 폐차를 이행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이런 역할을 수행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윤 대표는 여전히 온라인 폐차중개 합법화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 개선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윤 대표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도 처음에는 불법이었지만 규제개선으로 합법화됐다. 온라인 폐차 거래도 잘 풀릴 여지가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그는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에 해당 사항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 동아일보 기사 <“깜깜이 폐차시장 양지로 끌어냈는데… 규제 탓에 전과자 될 판”>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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