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 알면서도..2030이 공인중개사 시험에 뛰어드는 이유

조회수 2018. 10. 2. 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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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27일 치러지는 29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2030 세대 8만여 명이 응시했습니다. 5년 전보다 두 배나 늘었습니다.


과거 ‘복덕방’ 으로 불리던 부동산 중개업은 은퇴자들의 노후 대비책으로 통했지만 현재 부동산중개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이미 전국에서 10만 여 명이 중개업소를 운영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공인중개사 시험에 몰리는 이유는 뭘까요.

“지방대에서 이공계 석사를 취득하고 4년 동안 공공기관 비정규직으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2년 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고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죠. 그 이후 공인중개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지방은 부동산이 침체 상태라 벌이는 많지 않지만 미래가 불안정한 비정규직보다는 복덕방 사장이 마음 편해요.”

- 최모 씨·37세, 2017년 말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중장년층이 주류를 이루는 부동산 중개업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청년이 늘어나는 것은 ‘고용 참사’의 씁쓸한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동아일보가 9월 30일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27일 치러지는 29회 공인중개사 1차 시험에 응시한 20대(2만3903명)와 30대(6만2552명)는 총 8만645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2013년 4만2780명이던 2030 응시자가 5년 만에 두 배 수준으로 급증한 것입니다.

출처: 동아일보 DB

응시 열풍은 노인층에서도 나타났습니다. 60대 응시자는 2013년 2877명에서 올해 8725명으로, 70대 응시자도 233명에서 499명으로 늘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특별한 자격기준 없이 누구나 응시 가능하고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단 한 과목이라도 40점 미만이면 탈락)할 수 있습니다. 정년이 없다는 장점 때문에 과거에는 은퇴자들의 노후대책으로 각광받았습니다.

“지방에서 노량진으로 올라와 고시원에서 살며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하는 청년들이 많아요. 요즘 응시자가 늘면서 문제도 어려워져 예전처럼 만만한 시험이 결코 아닙니다.”

- 이모 씨·30, 공인중개사 수험 공부 중

이 씨의 말처럼 실제 2017년 공인중개사 시험 2차 최종 합격률은 31%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중개사 자격증을 따더라도 당장 취업문이 열리거나 창업이 수월한 건 아닙니다. 부동산 중개업 자체가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40만 6072명에 이르며 이 중 실제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인원은 10만 5121명입니다. 여기에 매년 합격자가 2만 명 이상 나오고 1만 명 안팎이 중개소를 새로 열거나 문을 닫고 있습니다.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인중개사는 정보기술(IT)로 대체되기 쉽고, 앞으로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직종”이라며 “자격증 취득이 취업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청년들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취업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이 기사는 동아일보<[단독]취업난에 집값 뛰자… ‘레드오션’ 공인중개사 시험 몰리는 2030>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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