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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 직장인 "올 추석 화제, 결혼 잔소리 대신 '기승전 집값'"

조회수 2018. 9. 27.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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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 차례를 지내러 경북 경주의 큰아버지 댁을 찾은 직장인 정모(40)씨는 하루 종일 친척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그는 ‘일시적 2주택자’이기 때문입니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그는 2017년 2월 아들(5)의 초등학교 입학을 대비해 전세를 끼고 송파구에 아파트 한 채를 샀습니다.


아직 차익을 낼 생각은 없지만 그 동안 집값이 많이 올라 두 아파트를 합친 평가이익은 4~5억 수준. 정 씨는 “만나는 친척마다 집값이 얼마 올랐냐고 묻는 통에 추석 음식 먹은 게 체할 지경”이라며 “대충 얼버무렸더니 사촌 형님이 ‘인터넷으로 가격 검색 해 볼 테니 아파트 이름 알려 달라’하더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번 추석 화제는 단연 집값이었습니다. 결혼이나 학교성적, 취업 등 명절 단골 잔소리도 결국 “그래 봤자 서울에 집 한 채 가지면 끝”이란 말로 마무리됐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결국 부동산 문제로 귀결되는 ‘기-승-전-부동산’ 현상이 각지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경남 통영 고향집에 간 미혼 직장인 이모 씨(39)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언제 시집갈 거냐는 얘기가 많았지만 올해는 부동산 이야기를 했다”며 부모님과 함께 청약 전략을 짰다고 전했습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무주택자들의 불안감도 큽니다. 대기업 해외 주재원으로 있다가 2014년 서울로 돌아온 윤모 씨(46)는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반전세로 입주했습니다. 집값 동향을 살피려 일단 임대로 들어간 그가 전세계약을 두 번 연장하는 동안 15억 원이던 집(전용면적 127m²) 매매가는 약 30억 원으로 뛰었습니다.


윤 씨는 “집 안 산 것도 분통 터지는데 전세금까지 올라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집값 상승이 서울 등 수도권과 대구, 광주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되자 타 지역 ‘유주택자’들은 심리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부산/경남에서는 집값 하락에 따른 불안감이 큽니다.

경남 창원의 나모 씨(59)는 서울에서 온 사촌 동생에게 대뜸 “서울 집값이 올라 너는 좋겠다. 10년 전만 해도 서울에 있는 큰딸을 아파트 한 채 사서 결혼시키려 했는데 이제 꿈도 못 꾼다”로 말했습니다. 사촌동생은 “재산세가 50만 원 가까이 올라 나도 힘들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핀잔만 들었습니다.


집값이 급등하자 부모자식간에 ‘재산 분할 약속’을 하기도 합니다. 서울 직장인 강모 씨(33)는 2017년 결혼하면서 동작구 상도동의 중대형 아파트를 약 10억 원에 사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부모가 살던 대방동 아파트를 8억 원에 팔고 강 씨 부부가 대출받은 2억 원을 합친 것입니다.


강 씨는 “이번 추석에 ‘집을 팔면 양도가액을 8대 2비율로 나누자’고 부모님과 합의했다. 지금 미리 약속해 두지 않으면 부모자식 간에도 얼굴을 붉힐 수 있다며 부모님이 먼저 제안하셨다”고 밝혔습니다.


박재명 jmpark@donga.com / 광주=이형주 / 고도예 기자


※ 이 기사는 동아일보 <“얼마나 올랐어” “그때 샀어야”… 추석밥상 대화 ‘기승전-부동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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