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할게요, 집 주실 거죠?" 미친 집값에 '효도 계약서'까지 등장

조회수 2018. 9. 21.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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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도 시집살이 왜 하냐고 다들 말렸죠. 그래도 ’미쳤다’는 소리밖에 안 나오는 서울 집값을 감당할 여력이 없었어요. 1~2년 정도 시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청약 성공하면 분가하려고요.” (예비신부 권모 씨·26)


‘억’소리 나는 집값 탓에 결혼 문화도 바뀌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시가나 처가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캥거루 신혼’이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12월 결혼 예정인 여성 김모 씨(37)는 예비 시부모님이 거주 중인 주택에 신방을 꾸리기로 했습니다. 시부모와 마찰이 생길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서울은 전세마저도 너무 비싸 돈을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김 씨와 예비신랑은 무리하게 빚을 내어 전세를 구하느니 부모 집에 얹혀 살며 시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단칸방 신혼생활’이 흔해지면서 신혼 집들이를 생략하는 커플도 늘고 있습니다. 


서대문구의 33.3m²(10평) 규모 오피스텔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여성 임모 씨(29)는 신혼 집들이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혼자 자취하던 오피스텔에서 신혼을 시작하기로 한 남성 A씨(29)는 “살던 방에서 살림을 시작하는데 집들이 하기도 머쓱해서 생략하기도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 ‘현금 예단=집값의 10%’ 공식 깨져


‘현금 예단=집값의 10%’ 라는 암묵적 관행도 깨지고 있습니다. 신랑이 집을 마련하면 신부는 집값의 10%를 현금으로 시댁에 전달하는 관행이 있었는데요. 집값이 치솟으면서 현금 예단비도 덩달아 오르자 ‘10%’를 포기하고 적당한 선에서 현금 예단을 준비하는 신부가 많습니다.


2019년 초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B씨도 난감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시부모가 아들 신혼집으로 주려고 몇 년 전 3억 원 대에 구입한 아파트가 최근 6억 5000만 원까지 오른 것입니다. 3000만 원 정도 준비하면 되겠다 싶었던 현금 예단이 두 배가 넘는 6500만 원 선으로 불어나자 고민하던 B씨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 4000~5000만 원 선에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예단, 예물, 웨딩 패키지 등을 간소화하는 ‘스몰 웨딩’도 더욱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웨딩 컨설팅 업체 ‘다이렉트 결혼 준비’ 장용준 대표는 “이전엔 양가 부모님이 ‘그래도 결혼식은 제대로 해야 한다’며 스몰 웨딩에 반대하는 일이 흔했지만, 요즘은 그 돈을 아껴 집값에 보태라며 먼저 스몰 웨딩을 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 부모 집 물려받으려 ‘효도 계약서’까지


집을 소유하고 있는 부모에게 의식적으로 잘 보이려 애쓰는 ‘눈치 효도’도 있습니다. 집을 물려받을 때 ‘한 달에 2회 이상 부모 방문’, ‘한 달에 2회 이상 부모에게 연락’등 조건이 담긴 ‘효도 계약서’를 쓰는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자녀에게 집을 물려준 뒤 ‘찬밥 신세’가 될까 봐 걱정한 부모들의 고육지책인 셈입니다.


박정국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사는 “법적 효력이 있는 효도계약서 작성 상담 문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라며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부동산이 부모에게 환수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이 기사는 동아일보 <미친 서울 집값에… 부모 얹혀사는 ‘캥거루 신혼’ 는다>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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