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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속에 쇠도리깨 차고 법 집행..조선 걸크러시 '다모'

조회수 2018. 9. 12. 07: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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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다모(茶母)는 관아에서 잔심부름을 하거나 연회 때 흥을 돋우는 역할이었지만 여성 경찰로도 활약했습니다. 남녀 구분이 확실했던 조선시대에 여성 범죄자의 몸을 잡고 다루려면 다모가 꼭 필요했습니다. 

출처: MBC 드라마 '다모'

다모는 키가 5척(약 150cm)을 넘어야 하며 막걸리 세 사발을 단숨에 마시는 주량과 쌀 다섯 말을 번쩍 들 수 있는 완력의 소유자여야 합니다. 치마 속에는 2척(약 60cm)정도 되는 쇠도리깨와 오랏줄을 차고 있다가 의심스러운 현장을 보면 곧바로 도리깨를 휘둘러 문을 부수고 오라로 죄인의 몸을 묶어 올 수 있었습니다. 

출처: MBC 드라마 '다모'

조선 문신 송지양(1782~1860)이 남긴 소설 다모전(茶母傳)은 1832년 가뭄으로 인해 금주령이 내려진 당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술 빚은 사람을 알고도 붙잡지 않으면 관리에게 죄를 물었기에 관리들은 백성들끼리 서로 감시하게 했습니다. 몰래 술 빚은 자를 관아에 고발하면 벌금의 2할을 나눠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벌금 20%를 나눠 주겠다 하니 이웃 간에도 은밀한 고발이 급증했습니다.


그런 어느 날 한성부 다모 김조시는 아전들로부터 ‘밀주를 담그는 것으로 의심되는 양반집을 수색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다모가 집 안에서 술독을 발견하자 노파는 놀라 기절했습니다. ‘가난한 살림에 남편도 병에 걸려 병구완을 위해 밀주를 담갔다’는 노파의 말에 다모는 술을 아궁이 재에 쏟아버리고 눈감아 주었습니다.

그 뒤 다모는 이 사건에 대해 다시 수사를 시작합니다. 노파가 술을 빚었다는 이야기가 새 나갔기 때문입니다. 다모는 노파에게 술 빚은 일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누구에게 판 적 있는지 물었습니다. 노파는 ‘그런 적은 없고, 시숙에게 술을 한 잔 준 적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알고 보니 노파를 밀고한 것은 시숙이었습니다.


시숙은 가족을 밀고한 대가로 돈을 받기 위해 사거리에서 아전을 기다리고 서 있었습니다. 다모는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뺨을 때리며 ‘네가 양반이냐!’라고 꾸짖습니다.


천민 신분이었던 다모가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요? 소설 속 다모의 행동은 돈과 이익 때문에 법을 이용하기보다는 사람을 이해하고 감싸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송지양의 신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모는 하층민이지만 오히려 양반보다 더 의로웠으며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다모는 밀주 제조자를 숨겨준 죄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주부(主簿)는 화를 내며 다모에게 곤장 스무 대를 치라는 형벌을 내렸습니다. 다만, 흥미롭게도 화를 낸다는 글자 앞에 ‘양(佯)’자가 붙어 있습니다. 일부러 화 난 척 했지만 사실은 다모의 마음을 이해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후 주부는 다모 김 씨를 따로 불러 “너는 의인(義人)이다. 내가 그것을 아름답게 여겨 상을 준다”며 돈 열 꾸러미를 주었습니다. 다모는 상으로 받은 돈 열 꾸러미를 가난한 노파의 집 앞에 놓고 옵니다. 다모의 모습은 끝까지 ‘멋짐’ 그 자체였습니다.


임치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 이 기사는 동아일보 <치마 속 쇠도리깨를 감춘 ‘다모’>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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