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1000개 넘는 '대만의 스타벅스', 중국에 밉보여 '휘청'

조회수 2018. 9. 8.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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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 매장 1000여 개를 보유한 대만계 카페 체인 ‘85도씨(85 °C)’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밉보여 배달 앱에서도 퇴출되는 등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85도씨 가맹점은 대만 내에 400여 곳, 중국 본토에 500곳이 넘으며 미국에도 44개 점포가 있습니다.

출처: 사진=85도씨 카페 페이스북

기업 뿌리가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보이콧 사태는 지난 8월 시작됐습니다. 중남미 순방길에 오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8월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85도씨 매장에 들러 직원들을 격려했는데, 이 때 카페 직원 중 한 명이 쿠션에 차이 총통의 사인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85도씨 측이 차이 총통에게 특별 선물을 건넨 것으로 잘못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웨이보 등에 “차이잉원 총통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대만을 독립시키려는 사람이다. 차이 총통에게 ‘선물 보따리’를 건넨 85도씨도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기업”, “본토에서 번 돈을 대만 독립에 쓰려 하느냐. 불매운동한다”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85도씨 모기업인 메이스다런(美食達人)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7.5% 급락해 시가총액이 1억 2000만 달러(약 1348억 원)나 폭락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85도씨 측은 8월 15일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한 92공식(92 Consensus)을 지지한다. 양안(중국 대륙과 대만)을 분열시키는 행위에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나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습니다. 중국 내 일부 도시에서는 85도씨 매장에 갑자기 위생감독이 들이닥쳤으며 유명 배달음식 어플리케이션들도 85도씨 매장을 검색할 수 없도록 차단했습니다. 

85도씨 측이 웨이보에 올린 공식 해명문

92공식은 중국과 대만이 1992년 ‘양안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내용에 구두로 합의한 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중국인들은 차이잉원 총통이 92공식을 적극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표한 적 없다며 “85도씨는 대만 독립을 원하는 기업인가”, “본토에서 돈 벌어 차이잉원에게 독립자금 대나”라며 반발했습니다.


불만을 품은 것은 대만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들은 “대만 대표기업 중 하나인 85도씨가 중국에 무릎을 꿇었다. 굴욕적”, “92공식을 적극 지지한다니 이름을 92도씨로 바꾸고 중국 가서 장사하라”며 반발했습니다.


현재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는 85도씨 지점이 주변에 워낙 많아 접근성이 좋은 데다 지금까지 쌓아 온 멤버십 포인트가 아까워 어쩔 수 없이 이용하고 있다는 이들과 불매운동을 철저히 해서 본때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이들이 섞여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만 중앙연구원 소속 정치학 연구원 우청리(Wu Chung-li)는 경제지 포브스(Forbes)에 “거대 시장인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대만 기업들의 현실”이라며 85도씨가 92공식 적극지지 성명을 발표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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