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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응급실, 술 취한 환자 난동 때문에..

조회수 2018. 9. 5. 2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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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 기자가 체험해본 0시 응급실

주말 병원 응급실은 ‘분노의 도가니’입니다. 소란을 피우는 환자, 고함을 치는 환자들로 아수라장이 벌어집니다.


매 맞는 의사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2016년 560건에서 지난해 893건으로 껑충 뛰었죠. 병원 내 폭행은 대부분 경찰에 신고하기 전 합의하는 경우가 많아 드러나지 않은 폭행 사건은 이보다 3, 4배 더 많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의사이자 기자인 동아일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가 서울 관악구 H+양지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17, 18일 이틀간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근무하며 의사들에게 벌어지는 ‘묻지마 폭행과 폭언’을 체험해봤습니다.

오후 11시까지는 비교적 한산하던 응급실. 하지만 밤 12시를 넘기자 20병상 가득 환자가 찼습니다. 3명 중 한 명은 술에 취한 상태였고, 대부분 정신을 잃은 채 119로 실려 왔습니다.


이 중 이모 씨(28)는 노래방에서 동료가 내리친 마이크에 머리가 2∼3cm가량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기자가 치료를 권하자 그는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 치료할 필요 없다. 담배 피우러 가겠다”며 막무가내로 응급실을 빠져나가려 했습니다. 계속 말리다가는 소란이 더 커질 것 같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처: H+양지병원 제공
의사 출신 이진한 기자(흰 가운을 입은 사람)가 17일 이 병원 응급실에서 119에 실려 온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유모 씨(27)는 친구와 소주 2병을 나눠 마신 뒤 갑자기 화가 난다며 술집 유리창을 내려쳐 손을 크게 다친 채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이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치료비가 두 배 정도 비싸진다는 병원 측 설명을 듣고는 분을 삭이지 못해 식식대며 계속 병동을 돌아다녔습니다.

술을 마시다 갑자기 얼굴에 두드러기가 나 응급실을 찾은 배모 씨(61)는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오토바이가 넘어져 머리가 살짝 찢어진 김모 씨(19·여)도 “왜 빨리 치료를 해주지 않느냐”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응급실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대부분 기다림을 참지 못해서 입니다. 이는 오는 순서대로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응급실에서는 환자가 얼마나 위급한지, 상태를 보고 순서를 정합니다.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해 불안감이 큽니다. 이럴 때 의료진과의 간단한 대화 등 ‘친절한 안내’가 이루어진다면 환자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응급실 내 의료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환자를 차분히 돌봐주지 못하고 있죠.


박상후 H+양지병원 홍보팀장은 “응급실 환자들은 대기시간에 불만이 많다. 진료 안내 서비스를 전담하는 인력이 있다면 응급실 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야간에 근무하는 사설 경비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입니다. 때문에 의료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근 경찰서나 파출소와 핫라인으로 연결된 비상벨을 설치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동아일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응급실 ‘매 맞는 의사’ 매년 증가…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체험해보니>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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