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기만 해도 물집 생기는 여성, 모델 일 포기 않는 이유

조회수 2018. 9. 3. 0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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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영국 여성 마야 스펜서 버클리(Maya Spencer-Berkeley)씨는 맑고 큰 눈동자와 시원스러운 미소, 길게 뻗은 다리가 매력적인 패션 모델입니다. 


멋진 포즈와 자신감 넘치는 표정 연기로 입고 있는 옷의 매력을 잘 살려내는 마야 씨지만 사실은 화보 촬영 때마다 걱정이 많습니다. 희소 피부병의 일종인 수포성 표피 박리증(Epidermolysis Bullosa) 환자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사진=마야 씨 인스타그램(@mbajsb)

수포성 표피 박리증은 피부의 각 층을 연결해 주는 결합 단백질이 없어 가벼운 마찰에도 통증과 함께 피부에 물집(수포)이 생기는 유전성 질환입니다. 심한 경우 피부뿐만 아니라 눈, 혀, 식도에도 물집이 잡히며 근육이 위축되거나 손가락, 발가락에 변형이 오기도 합니다. 


마야 씨가 수포성 표피 박리증 진단을 받은 것은 아주 어린 아기 때였습니다. 바닥을 기어다니기만 해도 다리에 물집이 생기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부모님이 병원에 데려간 덕분이었습니다.

출처: 사진=마야 씨 인스타그램(@mbajsb)

마야 씨는 현지 매체 미러(Mirror)와의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나무타기 하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어요. 조금이라도 험하게 놀면 몸에 물집이 생겨서 그런 건 엄두도 못 냈죠”라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한참 예민할 사춘기 시기에도 피부는 늘 골칫거리였습니다. 물집 터진 흔적을 본 남학생으로부터 놀림도 당하고, 매일같이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으며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에 지쳐 마음까지 우울해지기도 했습니다. 


큰 키(180cm)에 마른 체형을 갖고 있어 모델 제안도 여러 번 받았지만 자신감이 부족했던 마야 씨는 몇 번이고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출처: 사진=마야 씨 인스타그램(@mbajsb)

그런 그의 마음이 바뀐 것은 17세 때였습니다. 영원히 병을 감추며 살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한 친구들이 목이나 팔의 상처를 보고도 일부러 모른 척 해 주는 모습에 고맙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마야 씨는 친구들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고, 모델 회사에도 연락했습니다.


“바다소금을 푼 물에 목욕하고 조심스럽게 물기를 닦아낸 다음 약을 바르고 반창고와 붕대로 상처를 보호하는 과정을 매일 반복하고 있습니다. 다리가 길어서 붕대도 정말 많이 필요해요. 외출 한 번 하려면 남들의 몇 배나 시간이 걸리지만 절대 거를 수 없는 과정이죠.”

출처: 사진=Jeans for Genes Day

다양한 의류 브랜드 피팅 모델로 활동 중인 마야 씨는 자신과 같은 유전질환 환자들을 위한 캠페인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영국 아동 의학 연구기관(Children's Medical Research Institute)에서 25년째 진행하는 모금 캠페인 'Jeans for Genes Day' 에도 참여 중입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몸을 미워했다는 마야 씨는 스스로와의 긴 싸움 끝에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모델 활동에 힘쓰는 건 모델 일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처럼 유전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서이기도 해요. 내 모습 그대로를 숨기지 않고 담담하게 드러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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