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 폭발테러 50여 건 막아내고 사라진 '스파이 영웅'

조회수 2018. 8. 29. 19: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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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ISIS에 위장 가입해 수십 건의 테러를 막아내고 행방불명된 이라크 영웅의 이야기가 최근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전직 컴퓨터 기술자였던 이라크 정보요원 하리스 알 수다니 (Harith al-Sudani·36) 대위는 비밀스럽게 움직이며 수많은 생명을 구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하리스 대위는 16개월간의 스파이 생활 기간 동안 차량폭발 테러 30여 건, 자살폭탄테러 18건 등 50여 건에 달하는 테러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리스 알 수다니 씨

평소 자기 직업을 따분하게 여기던 그는 형제 무나프(Munaf)와 함께 정보요원 선발에 지원해 테러 용의자 색출 및 감시 역을 맡았습니다. 외국어와 컴퓨터에 능통했던 하리스는 테러와 맞서 싸운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 정식 요원이 되었습니다.


ISIS에 위장잠입할 요원을 뽑을 때도 하리스는 가장 먼저 자원했습니다. 테러조직에 충성을 다하는 척 하며 임무를 받은 그는 외딴 공터에서 폭발을 일으킨 뒤 조작된 사진과 영상을 ISIS 지도부에 보고했습니다.


현장 조작에는 동료 ‘연기자’들도 함께했습니다. 이들은 온 몸에 피투성이 분장을 하고 바닥에 쓰러져 희생자인 척 연기했습니다. ISIS는 매번 철두철미하게 테러를 지휘하는 하리스에게 점점 더 큰 신뢰를 보냈습니다.

하리스 대위와 동료들이 조작한 가짜 폭탄테러 현장.

하지만 실패 없이 늘 성공한 것이 지도부의 의심을 샀던 것일까요. ISIS는 하리스의 차에 몰래 도청장치를 달아 그의 뒤를 밟았습니다. 도청장치가 붙어있는 줄 모르고 차 안에서 팀원들과 대화하던 하리스는 2017년 1월 ‘임무’를 받고 바그다드 북부의 한 농가로 파견된 뒤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이라크 정보국은 2017년 1월 ISIS가 처형한 포로들 중 한 명이 하리스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보국 관계자 아부 알리 알 바스리는 영국 데일리메일에 “다에쉬(아랍 국가에서 ISIS를 경멸적으로 이르는 말)는 하리스를 의심했다. 도청장치로 하리스의 정체를 알아챈 그들은 ‘폭탄 실린 트럭을 몰고 시장으로 가서 폭발시키라’는 지령을 내려 그를 유인했다. 그 뒤 하리스는 행방불명됐다”고 밝혔습니다. 


무나프 씨는 “문제의 임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의심스러워서 말렸지만 그는 ‘조금만 더 하면 테러조직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테러를 무산시켜 사람들을 구하고 ISIS 수뇌부에 혼란을 주는 등 대담한 활약을 펼친 하리스는 비밀요원답게 부모님이나 아내에게도 자신의 진짜 직업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무나프를 제외한 가족들은 하리스가 숨진 뒤에야 그가 스파이 요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의 아버지 아비드 알 수다니는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하리스는 나라를 위해 살고 나라를 위해 죽었다”고 슬픔을 토로했습니다. 열두 살 난 아들 모아말(Moamal)도 “아빠가 정말로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정보국은 하리스 대위의 시신이라도 수습하려 전담 팀을 파견했지만 영웅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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