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며느리룩' 만든 디자이너의 소신 "옷은 소통"

조회수 2018. 8. 29. 10: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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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길에서 중년 남성 한 분이 저에게 막 달려오는 거예요. ‘아내가 약혼식 때 입었던 선생님 드레스를 잘 간직했다가 딸에게 물려줬습니다’라며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아, 이게 내가 옷을 만드는 이유구나 하고 다시 한 번 느꼈지요.” 


큼직한 검은색 뿔테 안경에 날카로운 단발머리. 차갑고 카리스마 넘쳐 보이는 디자이너 지춘희(미스지 컬렉션 대표)는 막상 이야기를 나눠 보니 소녀처럼 해맑게 웃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였습니다. 

지 대표는 ‘청담동 며느리 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주인공입니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채시라, ‘모래시계’의 고현정, ‘청춘의 덫’의 심은하, ‘불꽃’의 이영애 등 당대 최고 배우들이 입었던 의상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심은하, 이보영, 차예련, 이나영 등 유명 배우들이 결혼식 날 그의 웨딩드레스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색감과 우아한 디자인 때문에 정재계 유명 인사 중에서도 그의 옷을 애용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2000년 방영된 SBS 드라마 '불꽃'의 한 장면

1979년 서울 명동에 의상실 열며 활동 시작


옷을 만들 때 특별히 영감을 주는 사람이 있냐고 묻자 지 대표는 망설임 없이 ‘여자’라고 답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의 아내 혹은 엄마로만 불리는 많은 여성들이 패션을 통해서 자기 자신의 이름과 여성성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옷을 만듭니다.”


2018 FW(가을겨울)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는 ‘미투(Me too)’ ‘위드 유(With you)’ 등 성폭력에 대한 저항을 담은 문구를 옷에 담았습니다. 그는 “패션은 세태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문을 굉장히 열심히 본다”며 “옷에 시대적 메시지를 담아 여성으로서의 자기표현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1979년 서울 명동에 ‘미스지 컬렉션’ 의상실을 연 지 대표는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CJ오쇼핑에 자기 이름을 내건 새 브랜드 ‘지 스튜디오’를 만들었습니다.


지 대표는 “옷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게 내 꿈”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홈쇼핑에 내 옷을 소개하면 그 꿈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더러 ‘국내 패션 1세대’라고 하지만 쟁쟁한 선후배들과 경쟁하고 있는 현역 디자이너로 불렸으면 합니다. 가능하다면 90세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 하고 싶어요. 아직 떠오르는 영감도 무궁무진합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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