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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어른들, 레모네이드 팔던 7세 꼬마 ‘무허가 영업’으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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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해 번 돈의 소중함은 어릴 때 배울수록 도움이 됩니다. 부모님 심부름이나 신발 정리 등 자기 힘으로 번 돈을 모아 1000원, 5000원 ‘목돈’을 만들어 본 아이들은 경제관념을 자연스럽게 깨우칩니다.


미국에서는 조그만 가판대를 세우고 집에서 만든 레모네이드를 파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용돈 버는 경험을 해 볼 수 있어 학교나 부모도 말리지 않습니다. 

정성껏 꾸민 레모네이드 가판대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이

출처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동네 어른들도 이런 뜻을 알기에 음료가 맛이 있건 없건 흔쾌히 한 잔씩 사줍니다. 뉴욕 주 볼스턴 스파(Ballston Spa)에 사는 일곱 살 꼬마 브렌던 멀베이니(Brendan Mulvaney)도 이런 ‘레모네이드 꼬마’ 였습니다.


브렌던은 지난 7월 집 앞에 레모네이드 가판을 차렸습니다. 75센트(약 840원)짜리 레모네이드를 팔아 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디즈니랜드 여행비를 자기 손으로 벌고 싶었습니다. 다섯 살 때부터 매 년 지역 축제에서 레모네이드를 팔아 본 경험을 살려 올해에는 1달러짜리 생수와 빙수도 메뉴에 추가했습니다.


그러나 똑똑한 꼬마의 ‘사업가 정신’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주변 노점상들이 주 위생국에 민원을 넣어 브렌던의 ‘무허가 영업’을 중단시킨 것입니다. 브렌던은 일곱 살 나이에 정부 규제의 혹독함을 체험하고 가판을 철수해야 했습니다.

깜짝!

브렌던의 아버지 숀 씨가 이 사연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네티즌들은 “국가가 어린이들 레모네이드 가판까지 규제해야 하느냐”는 비판을 쏟아냈고 엘리스 스테파니크 연방 하원의원은 “가혹한 규제의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습니다.


일이 커지자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브렌던의 가판 허가비 30달러를 대신 내 주겠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난처해진 위생국도 아이에게 사과하고, 생수나 빙수 말고 레모네이드만 판다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짐 테디스코 주 상원의원은 16세 미만이 판매하는 레모네이드 가판대는 위생국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레모네이드 법안’까지 만들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 구호를 따서 ‘레모네이드 가판대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말까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경직된 규제’를 만든 책임이 의원들 자신에게 있다는 반성의 말은 아무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의 호들갑과 정치공방에 휘말리며 원치 않은 유명세를 얻게 된 브렌던은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러웠습니다. 


브렌던은 8월 18일(현지 시간) 새러토가 카운티 축제에서 레모네이드 가판대를 열어 946달러(약 105만 원)이라는 제법 큰 돈을 벌었습니다. 소년은 이 돈을 디즈니랜드 여행보다 더 값진 데 썼습니다. 성장장애로 다리가 휘는 병을 앓고 있는 12세 어린이 매디 무어(Maddy Moore)의 치료비에 보탠 것입니다. 

부모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잔에 레모네이드를 붓고 있는 브렌던 멀베이니 군

오 놀라워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유럽, 한국에서도 ‘국가가 국민의 삶에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뜨겁습니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1만 3704건 중 2391건이 규제 법안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에서 제정되는 법률의 약 90%가 의원 발의 법안인데도 모범규제 의제는 국회에서 제한적으로 다뤄지거나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브렌던은 “내년에 다시 ‘사업’에 도전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레모네이드 한 가지만 팔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 이 기사는 동아일보 <[오늘과 내일/박용]‘레모네이드 꼬마’ 울린 무책임한 어른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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