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에 '패디과 새내기'된 할머니가 만든 작품

조회수 2018. 8. 24.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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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성 수잔 캠벨(Susan Campbell) 씨는 어린 시절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유명 패션잡지를 구독하며 의상 패턴을 스스로 연구해 보기도 하고 어떤 옷에 어떤 장신구를 더해야 멋이 나는지 늘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정식으로 디자인 공부를 하지는 못했지만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결혼하고 두 자녀를 낳으며 가정에 충실하던 수잔 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직접 옷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는 영국 일간 미러(Mirror)와의 인터뷰에서 즐거웠던 그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아이들 옷을 만드는 건 쉽고 재미있었어요. 아이들은 몸이 작아서 천도 조금밖에 안 들었죠. 하하.”

출처: University of Northampton
수잔 캠벨 씨.

아들딸 옷을 만들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던 수잔 씨. 그 때까지만 해도 훗날 자신이 패션을 직업으로 가지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고 합니다.


수잔 씨는 노인 활동 보조인, 식당 웨이트리스 등으로 일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시각장애인 필기보조자 일을 준비하다 정부 시책 변화 때문에 남는 시간이 생긴 그는 늘 꿈꿔왔던 섬유 디자인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뜻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1년 정도 지역 전문대학교에서 섬유를 공부했지만 대학 측이 일방적으로 수잔 씨가 수강하던 강의 프로젝트를 없애 버렸습니다. 2년 공부를 마치고 전문학사(HND/Higher National Diploma)자격을 취득해 섬유, 패션 분야에서 일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수잔 씨는 매우 화가 났다고 합니다.

“학교 다니는 게 정말 즐거웠기 때문에 더욱 더 속상했습니다. 여기서 공부를 그만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수잔 씨는 ‘이렇게 된 김에 아주 본격적으로 공부에만 집중해 보자’고 마음먹고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남편 던컨(Duncan)씨도 아내의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정식으로 입시를 준비한 수잔 씨는 61세 나이에 노샘프턴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예순 넘어 ‘새내기’가 된 수잔 씨는 한참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습니다. 20대 학생들은 모두 수잔 씨를 좋아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습니다.


“온전히 학생 신분이 되어 하루 종일 ‘풀타임’으로 공부하게 된 게 몇 십 년 만의 일이라 떨렸습니다. 다른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는지도 걱정됐지만, 모두 저를 반겨 주고 똑 같은 동기생으로 대해주었어요.”

출처: University of Northampton
수잔 캠벨 씨가 만든 의상들

젊은 학생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며 ‘학생’으로 돌아가 창의성을 발산할 수 있게 되자 수잔 씨의 실력은 나날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여성스럽고도 개성적인 그의 의상디자인에 교수들도 감탄했습니다. 수잔 씨의 작품은 졸업 패션쇼 날에도 돋보였습니다. 자기가 디자인하고 만든 옷을 모델이 입고 런웨이를 걷고 있는 광경에 수잔 씨의 마음도 벅차 올랐습니다.


2018년 여름 대학 졸업장을 딴 수잔 씨는 이제 패션계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생각에 들떠 있습니다. 이제 60대 중반이 됐지만, 나이가 몇이든 하고 싶은 일을 차근차근 하다 보면 결국 무언가 이루어진다는 게 수잔 씨의 변함없는 생각입니다.


“수백 수천 킬로미터의 길도 처음에는 한 발자국 떼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고, 절대 나이가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게 하지 마세요.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 나이 많은 내가…’ 하면서 걱정했지만 이제는 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했다는 게 정말로 기쁩니다.”


산 아래에서는 마냥 까마득해 보이던 정상도 한 걸음씩 묵묵히 걷다 보면 어느 새 훌쩍 가까워져 있습니다. ‘나이 때문에 스스로의 발목을 잡지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라’는 수잔 씨의 말처럼 꿈꿔 왔던 무언가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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