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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 공포'에 떠는 자영업자들

조회수 2018. 8. 9.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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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자영업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이름 중 하나는 ‘맘카페’다.

지역 ‘맘(Mom)’들끼리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공유한다는 취지의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뜻하는 맘카페. 왠만한 지역에는 하나씩 지역 기반 맘카페가 존재한다. 지역 내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이나 양심 불량 가게 정보를 공유하거나 실생활 꿀팁, 때로는 아이가 다쳤을 때 병원에 가기 전 응급처치 방법 같은 전문적인 정보도 오고 간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맘카페는 공포의 대상이 됐다. 맘카페의 소비자 여론 앞에 약자가 되는 지역 식당 같은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한 일부 카페 회원들의 무분별한 ‘갑질’이 논란이 된 탓이다.

○“맘카페에 올릴게요?” 협박에 떠는 사장님

이들의 갑질은 간단하다. 자신이 맘카페 회원임을 내세워 ‘나를 화나게 하면 가게에 손해가 있을 것’이라는 식의 협박을 하거나, 반대로 ‘맘카페에 홍보를 해주겠다’며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식이다.

그쯤 무시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치부하면 좋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맘카페는 약 2만5000개로 그 중 회원 수가 10만 명을 넘는 카페는 50곳이 넘는다. 자영업자들은 이처럼 많은 회원 수와 활발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맘카페에 나쁜 글이 올라갔다가 매출에 악영향을 받은 사례가 없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출처: 채널A 보도 화면

얼마 전 채널A가 상인들을 만나 나눈 대화에서도 자영업자들의 이 같은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뭔 이야기만 하기만 하면 무조건 카페에 올린다고 난리를 친다. 권력이다”, “카페 회원 3만 명이 보고 있다고 협박을 한다. 동네를 떠나고 싶어 가게도 내놨다”는 하소연이다.

한 신도시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한 엄마가 지역 맘카페에 ‘A씨가 장난감을 던지며 노는 아이를 차갑게 대해 무안했다. 결국 도망치듯 가게를 나왔다’는 일방적인 글을 올린 후 매출이 40%나 떨어져 가게를 내놨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 ‘맘카페 갑질’에 반격 나서


하지만 지나친 여론 몰이나 거짓 고발 등이 논란이 되며 맘카페 밖에서의 질타와 카페 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 최근에는 이와 발맞춘 자영업자들의 반격 움직임도 눈에 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경기도 지역 모 맘카페에 ‘태권도 학원 차량이 난폭운전을 했다’며 고발 글이 올라왔다가 학원 측의 차량 블랙박스 공개 이후 처음 고발 글을 게시한 회원이 사과한 사건이 좋은 예다. 당시 글을 올렸던 맘카페 회원은 학원 원장과의 논쟁 중 “여기 원장님이세요? 제가 카페에 올릴게요”라는 말로 자신이 속한 맘카페를 등에 업고 갑질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학원 측에서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억울하다”는 글과 블랙박스 영상을 남긴 뒤 상황은 반전됐다.

지난 6월에는 충청남도 지역 한 맘카페 운영진이 “광고 제휴 사전 조사”를 빌미로 한 식당에서 돈을 내지 않고 6만 원이 넘는 식사를 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식사값은 몇 개월동안 지불되지 않다가 식당 주인의 딸이 이 같은 사정을 카페에 게시한 뒤 지불됐고 회원들은 운영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서울 도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 역시 한국일보를 통해 "서비스가 안 좋다"며 트집을 잡고 무료 음식을 제공하라는 손님 때문에 고생을 했다고 토로했다. "맘카페에 글을 올리면 장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협박도 들었지만 강하게 거절했다고 밝혔다. 정말 글이 올라와 가게에 손해가 생긴다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같은 변화에 맘카페는 변혁의 시간을 겪고 있다. 본래의 공익 목적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으며 일부 갑질 회원 탓에 맘카페 전체의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것에 우려를 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 맘카페 회원님들’이라는 여론을 업고 사익을 추구하려는 일부 소비자의 행태는 분명 사라져야 할 폐단이다. 거대 여론으로 성장한 맘카페들의 자정작용이 이루어질 때 자영업자들의 맘카페 공포증 역시 해소될 수 있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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