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잡화점

16세기 실존인물 전우치, 그의 진짜 직업은?

66,550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머글(마법을 모르는 일반인) 세상에서 살기 위해 마술사인 척 하는 생계형 마법사'


매번 뛰어난 마술을 선보이는 마술사 최현우를 가리켜 사람들은 ‘해리포터’ 속 마법사를 떠올리곤 합니다. 물론 현실에는 마법이 없으므로 마술사들이 보여주는 마술에는 모두 비밀이 있게 마련이죠. 하지만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봐도 신기하기만 한 마술을 보고 있으면 정말 마법의 세계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옛날에도 신묘한 기술로 관객을 즐겁게 해 주는 직업인 마술사가 있었습니다. 12세기 일본에서 는 당나라 시절 유행한 공연들을 기록한 책 ‘신서고악도(信西古樂圖)’가 출간됐습니다. 이 책에는 신라 시대 공연도 나옵니다. ‘입호무(入壺舞)’라는 항아리 춤이 대표적입니다. 입호무는 탁자 두 개 위에 각각 큰 항아리 하나씩을 놓고 무희가 이쪽 항아리로 들어가 저쪽 항아리로 나오는 춤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공간이동 마술’인 셈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마술을 환술(幻術), 마술공연을 환희, 마술사를 환술사라 불렀습니다. 환술사들은 장치나 손놀림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눈앞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주머니를 열고는 더듬어 보게 하였으므로 손을 넣어 더듬었더니 동전 다섯 닢만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맨손으로 그 주머니를 열고 움켜 낸 동전이 쉰 닢에 가까웠습니다. 그 돈을 다시 거두어 주머니에 넣게 한 뒤 사람을 시켜 다시 더듬게 했더니 또 다섯 닢만 있었습니다.” ―영조실록 39년 1월 30일


환희는 진귀한 공연이었지만 유학자들은 ‘남을 속이고 놀라게 하는 기예’라며 좋지 않게 여겼습니다. 홍문관 부제학 이맹현은 성종이 중국 사신을 따라온 환술사의 환희를 보고 즐거워하자 좋지 않은 공연이니 보지 말라고 상소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출처영화 ‘전우치’

16세기에 실존했던 인물 전우치도 유명한 환술사였습니다. 조선후기 문인 홍만종은 전우치를 ‘도사’로 평가해 ‘해동이적’에 실었지만, ‘어우야담’을 남긴 유몽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유몽인은 전우치를 진짜 도사에는 미치지 못 하는 환술사로 여겼습니다.


어우야담 속에는 전우치가 도구 없이 밧줄을 세워 하늘나라 복숭아를 따왔고 밥알을 불어 나비를 만들어 날렸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밧줄을 타고 올라갔던 아이가 떨어져 다치자 사지를 다시 맞춰 걷게 하는 환술도 보여줬다고 합니다.


도사를 흉내 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부정적 통념 때문에 많은 환술사들은 음지로 숨어들었습니다. 이들은 환술을 써서 사기를 치기도 했는데요. 조선후기 문인 서유영의 ‘금계필담’에 나오는 환술사는 거지꼴로 기방에 들어가 소매에서 돈을 줄줄이 꺼내는 환술을 써서 진탕 먹고 마신 뒤 떠났다고 합니다. 환술사 입장에서 보면 환희를 보여준 대가로 공짜 술을 먹은 셈이죠.

출처영화 ‘전우치’

안 좋은 인식은 있었지만 어찌 되었건 환술이 재미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환술은 공연으로 정착했습니다. 남사당패 공연에서 각 연희 선임자를 ‘뜬쇠’라 부르는데, 14명 내외의 뜬쇠 가운데 ‘얼른쇠’라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환술사입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눈 앞에 보여주는 이들로는 환술사 외에도 차력사가 있었습니다. 조수삼의 ‘추재기이’에 나오는 차력사는 구경꾼이 모여들기를 기다렸다가 웬만큼 모였다 싶으면 맨손으로 차돌을 깼습니다. 단단한 차돌을 맨손으로 깨는데 단 한 번도 실패가 없었다고 합니다.


환술사와 차력사는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엄숙한 조선 사회에서 백성에게 재미와 웃음을 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홍현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



※ 이 글은 동아일보 <[조선의 잡史]〈61〉불가능을 연기한 환술사와 차력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