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구르고 뛰는 '막내' 기자의 일상이 궁금한가요

조회수 2018. 7. 30. 11: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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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썼다 하면 포털 메인, 주간동아 박세준 기자의 파워 막내 라이프

차근차근 '막내'로 잡지사에서 바주카포의 삶을 살아나가던 중에 '후배'가 생겼다. 정말 오랜만에. 다른 고시에 비할 바는 못된다지만 언시생 사이에서 고시로 불리는 '언론고시(언론사 입사 시험)'를 통과하고 기자가 된 남자. 이제 새롭게 '막내' 자리를 꿰찬 그 역시 과거의 나처럼 이곳저곳 쑤시고 다니며 착실하게 잡지 기자로 거듭나고 있다. 


기사 썼다 하면 포털 메인을 장식하는, 댓글 수집이 취미가 아닌가 싶은, 몸을 혹사하는 취재도 마다하지 않는, 시사 주간지 '주간동아' 박세준 기자의 이야기. 뼈기자는 못 되는 선배가 마감에 쪼이는 후배를 쉴 새 없이 쪼아가며(?) 주니어 기자의 삶을 들여다봤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동아일보 주간동아팀에서 햇수로 3년째 일하고 있는 박세준 기자입니다. 주로 사회, 의료, IT, 사건, 노동 관련 기사를 담당하고 있고 가끔은 경제, 교육, 트렌드 기사도 쓰고 있습니다. 쓰다 보니 정치나 국제 빼고는 거의 다 손을 대 볼 기회가 있었네요.

출처: 언제 어디에서나 열혈 취재 모드인 박세준 기자. 사진은 모두 직접 찍었다.

# 어쩌다 기자의 길을 걷게 되었나요.


대외적 이유는 어릴 때부터 쓰고 읽는 걸 좋아했다 정도고요. 사실은 이성의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사춘기 중학생의 발악이 저를 여기까지 이끈 것 같아요. 당시 좋아하던 친구가 영화나 미술에 관심이 많은 예술학교 학생이라 그 친구와 대화를 하려고 영화나 미술잡지를 엄청 읽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글 쓰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대학도 재수까지 해 가며 신문방송학과에 갔습니다. 기자나 탐사보도 PD가 되는데 도움이 될 줄 알았거든요. 막상 가보니까 아니더군요. 기자 지망생 여러분. 신방과 안 가셔도 돼요. 국문과 나온다고 소설가, 시인되는 거 아니잖아요.


# 학창 시절에도 기자 생활을 한 적 있나요.


학교 다닐 때는 6mm 카메라 들고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다녔습니다. 다큐멘터리 기획하고 인터뷰하고, 방송기자나 PD에 가까웠죠. 돈 되는 글 쓰는 일보다 실없는 글 써가며 친구들 웃기는 걸 좋아했어요. 사석에서는 재미없는 식물 같은 사람이었지만, 글로 짧은 이야기 재밌게 쓰는 건 곧잘 했거든요.  

출처: 박 기자의 고혈(?)로 만들어 가는 시사 주간지 '주간동아'.

# 방송이나 신문도 있는데 굳이 잡지 기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얼굴이 TV에 나오는 게 부담스러워서, 방송사 시험은 전부 PD로 봤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잡지 기자를 선택했다기보다, 잡지사가 저를 선택한 거죠. 저를 흔쾌히 써 주신 이곳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어요. 잡지 기자로 일해 보니 과거 다큐멘터리 기획할 때와 일이 비슷하더라고요. 잡지는 기사 한 건당 호흡이 길다 보니 취재 전에 기획하고 인터뷰 섭외를 마쳐야 합니다. 취재를 준비하는 과정이 대학 동아리 시절 같아서 즐거웠습니다. 인턴 기간 재밌게 일 했고, 회사에서 잘 봐주셔서 아직까지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 대학 시절 '알바 왕' '알바 몬'이었다고 들었어요. 어떤 일들을 해봤나요.


그냥 다른 대학생들이 하던 아르바이트를 안 가리고 많이 해 본 정도입니다. 과외나 학원 보조강사부터 건설 현장 잡부, 택배 상하차, 주방 보조, 음식점 서빙 같은 20대들이 한 번쯤은 해 봤을 아르바이트를 했죠. 나름 이색 아르바이트라면, 공연장 안내원을 오래 했어요. 어셔라고 부르는데 시급도 높고, 공연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죠. 그거 말고는 보험 판매하시는 분들. FC라고 하죠. 그분들 컴퓨터 고쳐주는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생각보다 컴퓨터 잘 못 다루시는 분들이 많아서 프린터 깔아드리는 등 간단한 일만 해 드렸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꿀 알바 중 하나입니다. 아, 알바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하지만 중소규모 영상 프로덕션에서 촬영이나 편집, 기획 일도 가끔 했습니다.


#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기자 지망생을 위해 어떤 스펙을 쌓았나요.


입사하고도 많은 언론사 준비하는 후배들이 물어봤었는데 사실 저는 대외활동을 거의 안 했어요. 대신 학생회 활동을 오래 했고, 동아리 하면서 다큐멘터리 만들다 보니 어느덧 대학생활 막바지였죠. 혹시 취업에 도움이 될까 해서 해외봉사나 봉사 관련 기자단 같은 기본적 스펙은 맞춰 뒀어요. 자기소개서에는 보통 집회 촬영하다가 연행될 뻔한 이야기 등 촬영이나 취재 관련 이야기를 많이 썼습니다. 그리고 사실 취업준비생들은 다 아시다시피 어떤 대외활동을 했느냐보다 내가 한 대외활동을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출처: 불어를 전공했으나 늘 불어로 한 마디 해보라고 하면 손사래를 친다.

# 일해보니 다 떠나서 기자에게 제일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 것 같나요.

적극성이요. 취재에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한 기사는 대부분 반응이 좋았는데 어쩔 수 없이 쓰게 된 기사는 독자도 금방 알아채더라고요. 좋은 기사를 쓰고 나아가 좋은 기자가 되려면 매 취재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기사가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나요.


첫 문장이 안 풀릴 때는 생각나는 단어를 막 적어 놓습니다. 기사에 관련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물고기, 쑥, 화장실, 짚신벌레 이런 단어를 아무 생각 없이 적으며 기사 생각을 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아요. 원래 화가 많이 나거나, 불안하면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낙서를 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게 발현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이런 이상한 단어에서 서론을 끌어오기도 합니다.

# 취재하면서 제일 고생 많이 한 기사를 소개해 주세요.


가장 몸이 고단했던 기사는 LCHF 다이어트 체험기였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니 엄청 예민했거든요. 수습 딱지 떼자마자 시작한 기획이라 힘든 것 티도 못 내고 기사는 기사대로 다이어트는 다이어트대로 하느라 피곤했죠. 동아일보 페이스북으로 매일 영상도 나가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셀프 카메라로 영상을 찍는 것도 고역이었고요. 재미있게 찍어야 하는데 아침이라 뇌가 굳어서 드립이 떠오르질 않더라고요. 이때쯤 화장실에 쓰러져 잠들어서 선배들이 깜짝 놀라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 다양한 의미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기사들도 있었죠.


역시 몸이 힘든 기사가 반응이 가장 좋았습니다. LCHF 다이어트 신봉자가 많았던 시절이라 욕도 많이 먹었고, 나무 위키 LCHF 다이어트 란에 등장하게 된 일도 있었습니다. 체험기가 주간동아와 동아일보 주말판에 실렸는데 신문에는 제 사진이 크게 박혀 있었습니다. 덕분에 자주 가던 미용실에서 그날 신문을 들고 달려와서는 “본인 맞죠!”하고 물어보시기도 했죠. 이 기사 덕에 채널A '먹거리 X파일'에도 출연하고 이래저래 즐거웠습니다.


최근에는 남녀 갈등 관련 통계 기사를 많이 읽어주시는 것 같아요. 여자보다 남자가 결혼을 꺼린다는 내용의 ‘결혼해봐야 돈만 들지 독신이 낫다’나 ‘그 많은 남자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등의 기사를 많이 읽어주셨습니다. 이외에도 임금체불, 노동 관련 기사도 매주 10만 건씩은 읽어주시는 것 같아요.



# 계속 파고들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여기저기 아르바이트하면서 임금 체불당한 경험도 있고 손님들에게 갑질 당한 일도 많아서 기자 지망생 때부터 노동 기사에 제일 많이 공감했죠. 지금은 IT를 맡고 있으니 AI나 코딩 등의 분야도 공부해두면 조금 더 깊이 있는 기사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깊이 있게 파고들고 싶은 건 2030 세대의 근로환경에 대한 이슈들이에요. 제가 당사자이기도 하고, 40대, 50대가 되더라도 계속 2030에 대한 관심은 놓지 않을 것 같아요. 사회생활을 갓 시작하는 세대인 만큼 당대의 분위기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회사나 학교, 혹은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억울한 일을 겪으셨던 분이라면 제 메일(sejoonkr@donga.com)로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전화드리고 시간 되는대로 찾아뵙겠습니다.


# 잡지 기자의 일주일을 소개해 주세요. 


'주간동아'는 마감이 목요일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기사는 수요일까지 마감을 해야 디자인, 교열 등의 절차에 문제가 없습니다. 때문에 월, 화에는 취재를 하고 수요일에는 기사를 작성합니다. 추후 추가로 써야 할 부분이나 기사가 잘 나왔는지를 목요일에 확인합니다. 그리고 금요일에 다음 주 뭘 쓸지 회의를 하죠. 출퇴근 시간을 많이들 궁금해하시는데 월화는 일반 직장인과 비슷하게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합니다. 물론 저녁에도 취재원을 만나거나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집필 기간인 수, 목은 거의 새벽 퇴근입니다. 금요일은 회의와 간단한 섭외를 마치고 퇴근합니다. 간혹 취재 기간이 모자라겠다 싶으면 주말에도 취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기자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기자는 재능으로 하는 직업이 아닌 것 같습니다. 글 쓰는 실력이 떨어져도 성정이나 열정 등이 이를 커버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준비한다면 언젠가는 문이 열린다고 봐요. 다만 기자가 되기 전에 이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언론사는 알려진 것보다 박봉이고, 알려진 만큼 바쁘며, 기대하는 것보다 보수적인 조직이거든요.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이 글은 구기자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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