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배운 X, 평생 그거나 해라" 욕설고객 정보 보니 '의사'

조회수 2018. 7. 27. 10: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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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상담원, 판매원, 승무원… 이들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 반말, 폭언 앞에서도 ‘매뉴얼’에 따라 웃으며 대응해야 하는 감정노동자(고객응대근로자)들입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제발, 욕 좀 하지 마세요”


욕은 기본이고 모멸감 느끼게 하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한 번은 중년 남자가 이미 사용한 3만원짜리 생활용품을 반품해 달라고 하기에 규정상 안 된다고 했더니 ‘못 배운 X, 건방지게 나한테 안 된다고 해? 평생 거기 앉아 전화나 받아라’고 하더군요. 모니터에 뜬 고객 정보를 보니 의사였습니다.

(29/여/인터넷 쇼핑몰 텔레마케터)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대출권유 전화 거는 게 바로 제 업무입니다. ‘씨X’은 기본이에요. ‘죽여버린다’, ‘너 이러고 사는 거 너네 부모가 아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31/여/대출상품 텔레마케터)


2~30대 어린 고객들도 상담원들에겐 공포의 대상입니다. 첫 콜에 ‘쌍욕’을 들으면 다시 전화하는게 두렵습니다. 흡연이나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풉니다.

(45/여/대출상품 텔레마케터)

출처: ⓒGettyImagesBank

“성희롱에 진상 고객… 미칠 지경이에요”


성인용품 배송을 문의하는 고객이 갑자기 ‘이거 써 봤냐’고 묻더군요. 써본 적 없다고 했더니 ‘아가씨 몇 살이야’라며 자꾸 대화를 이상하게 끌고 가려고 했습니다. 수치스러웠지만 회사 규정상 고객보다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없어 참아야 했습니다. 먹고 사는 일만 아니었다면 성희롱으로 몇 십 명은 고소했을 겁니다.

(33/여/인터넷 쇼핑몰 전화상담원)


24시간 패스트푸드점에서 6년 정도 일했습니다. 밤에 술취한 손님이 들어와 저 같은 알바생을 보며 말해요. “저 XX는 과거 행실이 안 좋으니 결국 패스트푸드점 알바 같은 거나 할 팔자”라는 식이죠. 간혹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끼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24/여/패스트푸드점 점원)


“이거 얼마야?”라고 다짜고짜 반말하는 손님이 많아요. 편의점 알바생이라 해도 모든 물건의 가격을 알 수 없으니 “한 번 찍어 볼게요”라고 하면 “이것도 몰라?”하면서 화를 내요. 어떤 손님들은 자기가 원하는 물건이 없으면 “왜 이것도 안 갖다 놨어!”라며 소리를 지릅니다.

(20/남/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동아DB

“인간답게 일하고 싶습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콜 센터 인력은 값싸고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다는 이유로 무시하면서 부려먹습니다. 아프면 그냥 그만둬야 하죠.

(35/여/홈쇼핑 고객센터 직원)


서비스 교육 받는 중에 ‘고객에게 폭행을 당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그냥 맞으라더군요. 맞고 나서 신고를 하라고… 현장에서 싸우면 회사를 대표한 사람이 고객과 싸운 꼴이 된다는 거죠. 직원 안전보다 회사 명예가 훨씬 중요하구나 싶어 씁쓸했습니다.

(42/남/대기업 서비스센터 기사)

출처: ⓒGettyImagesBank

“감정노동자,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나요?”


같이 일하던 동료가 냉장고를 고치러 갔는데 고객이 ‘왜 한 번에 못 고치냐’고 화를 내면서 동료의 정수리 쪽을 가위로 찔렀어요. 그런데 지점장과 지사장이라는 사람들이 오더니 언론에 나가면 이미지 안 좋아진다고, 고소한 걸 취하해 달라고 하더군요. 회사로부터는 보상금은 커녕 치료비만 받았습니다.

(36/남/대기업 서비스센터 기사)


보육교사 두 명이 네 살 아이 스무 명을 맡아요. 애 보는 것이 대수롭지 않아 보이겠지만 매일 12시간씩 해 보세요. 전쟁터가 따로 없습니다. 봉급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모든 열정을 다 바치라 하니 서럽습니다.

(25/남/보육교사 실습생)


고객이 “난 신용정보제공 동의란에 체크한 적 없는데 내 정보를 어떻게 알고 대출전화를 했느냐”며 회사를 금감원에 고소한다고 했어요. 회사는 일이 커지기 전에 고객에게 손해배상을 해 줬는데, 제 월급에서 금액을 제했습니다.

(43/여/대출상품 텔레마케터)

올해 10월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2018년 10월 18일부터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으로 피해 입은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됩니다. 고용노동부는 6월 28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앞으로 사업주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전조치(사업장에 ‘폭언금지’등 문구 게시)를 취해야 하고, 감정노동자가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 탓에 건강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을 경우 업무를 일시중단하거나 전환하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상담, 치료비를 지원할 의무도 생깁니다.



※ 이 기사는 동아일보 <[감정 노동 톡톡]반품 거절하자 “못배운 X, 평생 그거나 해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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