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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들도 '코스 요리' 먹을 자격 있다" 12년째 푸드트럭 모는 여성

조회수 2018. 7. 23.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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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 주 샌 안토니오에 사는 조안 치버(Joan Cheever·60)씨는 비영리단체 ‘더 차우 트레인(The Chow Train)’의 대표입니다. 조안 씨와 남편은 2006년부터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공짜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왜 십 년 넘게 노숙자들에게 ‘코스 요리’를 대접하고 있을까요.


조안 씨는 피플(People)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본보기를 보이려 시작한 봉사활동이 비영리단체 설립까지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2005년 당시 아직 어렸던 두 아이는 크게 부족한 것이 없었음에도 계속해서 더 비싼 옷이나 장난감 같은 것을 탐냈다고 합니다.

어머니 조안 씨는 “우리 주변에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을 위해 주지는 못 할 망정 투정이나 부리고 있으면 안 된다. 나누고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음식 나눔 봉사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고,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아예 푸드트럭을 장만해서 정기적으로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건 어떨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조안 씨와 남편 데니스 씨는 비영리단체 ‘더 차우 트레인’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샌 안토니오 중 네 군데를 기점으로 삼아 매주 화요일마다 노숙자들이나 음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정찬을 대접합니다.


푸드트럭이 점점 소문나자 주변에서도 돕고 싶다는 제안이 속속 들어왔습니다. 지역 농부들은 신선한 재료를 기부했고 케이터링 업체들도 음식을 나누고 싶다고 제안했습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푸드트럭 일을 도와 보라고 권유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고 보니까 길에서 사는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이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고 싶어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어요. 평소에는 ‘투명인간’ 취급 받고 있지만 그들도 우리 이웃이고 다 같은 사람입니다.”

흔히 어려운 사람들에게 공짜로 한 끼를 대접한다고 하면 한 그릇 요리를 내놓거나 식판에 음식을 담아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조안 씨의 푸드트럭은 ‘코스요리’를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뜻한 야채 수프로 가볍게 입맛을 돋우고 메인 요리 몇 가지를 먹은 뒤 달콤한 디저트로 입가심을 하면 누구나 마음까지 든든해진다는 게 조안 씨의 생각입니다.

출처: Facebook 'The Chow Train'
'더 차우 트레인' 메뉴판.
출처: Facebook 'The Chow Train'

‘더 차우 트레인’ 푸드트럭의 또 다른 특징은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묻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진짜’ 노숙자인지, 정말 돈이 없어 밥 먹기 힘든 처지인지 캐묻지 않고 식사를 대접합니다. 노숙인이 개를 데리고 오면 그 개에게도 먹을 것을 줍니다. 


토네이도 등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찾아가 이재민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전하기도 합니다. 식사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조안 씨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조안 씨는 “미래 세대에게 남을 돕는 방법을 몸소 보여주는 게 목표”라며 “우리 푸드트럭에는 늘 좋은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듭니다. 남에게 무언가 나눠주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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