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화 최초의 키스신 이후..무엇이 달라졌을까?
한국의 고려대학교에서 ‘북한 영화’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딴 헝가리 청년.
한반도와 멀리 떨어진 헝가리와 북한 영화라는 키워드는 얼핏 듣기에 큰 접점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신상옥 감독이 북한 영화에 미친 영향’라는 논문으로 북한 영화 전문가가 된 36세 가보 세보 씨를 동아일보 신나리 기자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후, 세보 씨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고 신상옥 감독(1926∼2006)과 영화배우 최은희(1926∼2018) 부부의 납북과 탈북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연인과 독재자’를 관람한 뒤 북한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가보 씨는 신상옥 감독이 북한 영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사회 문제에 천착하던 북한 영화를 사랑과 같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감정을 조명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신 감독이 납북된 뒤 1983년~1986년에 직접 연출한 영화는 7편. 가보 씨는 이 영화들을 모두 섭렵해 분석했다.
북한 영화 최초로 키스신과 삼각관계가 등장하는 ‘돌아오지 않는 밀사’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내용이 없었다. 역설적으로 김정일은 이런 영화를 해외 시장에 내보내 “우리도 이런 영화를 만든다”는 선전 도구로 썼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가보 씨는 “남녀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거나 동지적 감정으로 손을 잡는 게 전부였던 북한 영화가 확 달라졌다. 연애 감정을 살리거나 피가 낭자한 자극적인 장면들이 포함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가보 씨가 북한 영화에 애착을 가진 데는 소련 아래서 공산주의를 겪은 고국 헝가리와의 유사점도 배경이 됐다. 그는 공산주의 시절인 1950년대 헝가리 영화와 북한의 1980년대 영화를 비교하기도 했다. “(노동자 계급인) 주인공이 땀 흘려 일해 공화국에 기여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라면, 차이점은 헝가리 영화가 내부 반동 인물을 교화해 올바른 체제 인사로 교화시켜 나가는 데 비해 북한은 미국이나 일본 등 외부의 적을 만들어 물리치고 민족주의를 고취시켜 나간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 이 기사는 동아일보 <“北영화 확 바꾼 신상옥 감독 연구로 박사 됐죠”> 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