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비호르 사람들 "명품 브랜드 '디올', 우리 옷 표절"

조회수 2018. 7. 8.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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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루이뷔통, 토리버치, 발렌티노… ‘명품’으로 유명한 고급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각 나라의 독특한 전통의상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죠.


전통문화에 자기 브랜드의 색깔을 더해 재해석한 디자인을 내놓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창작의 고민 없이 그대로 베껴 만든 의상을 원본보다 수십~수백 배 비싼 가격에 내놓는다면 어떨까요. 


루마니아 비호르(Bihor)주 사람들은 유명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전통 의상을 그대로 베껴 신작을 출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7년 말 디올(Dior)이 선보인 콜렉션 의상들은 비호르 전통의상과 매우 흡사합니다. 

출처: Instagram 'La Blouse Roumaine'
명품 브랜드가 전통의상을 베낀 사례를 모아 공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lablouseroumaine)에 실린 사진. '원조' 비호르 전통 조끼는 500유로(약 65만 원)에 구입할 수 있지만 거의 비슷한 디자인의 디올 조끼는 1만 5000유로(약 1960만 원)에 달한다. 명품 브랜드가 전통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해 큰 돈을 벌지만 정작 현지 장인은 한 달에 150유로(약 19만 원) 정도밖에 벌지 못 하고 있다.
출처: Instagram 'La Blouse Roumaine'

비호르 주민들은 소위 말하는 ‘패션 명가’가 남의 나라 전통의상을 그대로 베껴 3만 유로(한화 약 3900만 원)라는 엄청난 가격에 내놓는 건 책임감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전통의상 무늬를 똑같이 가져가 쓰면서도 루마니아 지역 사회에 작은 공헌도 하지 않는 디올에 거부감을 표했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당신들이 맘대로 갖다 쓸 수 있는 공짜 자료가 아니다’, ‘전통에 아무런 경의도 표하지 않으면서 멋대로 가져가는 건 그저 표절일 뿐’이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국제적 기업과의 정면승부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고민하던 루마니아 사람들은 영리한 방법으로 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패션지 보 몽드(Beau Monde)는 대형 패션기업들의 표절에 대항해 '원조'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현지 공예가와 의상제작자 등 장인들과 협력해 ‘비호르 꾸뛰르(Bihor Couture)’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명품브랜드 디자이너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경험과 실력을 갖고 있는 장인들에게 부족한 것은 오직 명성 뿐이었습니다. 이들은 명품 브랜드가 전통의상 디자인을 베껴 큰 돈을 버는 동안 정작 루마니아 장인들은 가난하게 사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비호르 꾸뛰르는 비호르 주 제작자들이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든 ‘진짜’ 전통의상과 장신구를 명품 브랜드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수공예 목걸이는 6유로(약 7800원), 겨울용 털조끼는 500유로(약 65만 원)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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